대한민국 고3과 재수생,그러니까 대입수험생은 대개 과체중이다.

남녀 모두 허리는 구부정하고 얼굴은 여드름으로 울긋불긋하기 일쑤고.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하는 일이라곤 먹고 이 책상에서 저 책상으로 옮겨 앉아 책과 문제집을 붙들고 있는 게 전부니 꼼짝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한창 나이의 그들에게 그런 자기 모습이 괜찮을 리 없다.

거울을 볼 때마다 속상해도 대입시험을 앞둔 절체절명의 상태니 꾹 참고 지낸다.

하루 빨리 지겹고 고단한 시절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면서.이런 그들에게 "너도 '미녀는 괴로워'의 제니처럼 될 수 있다"는 유혹은 실로 강렬할 게 뻔하다.

그래서인가.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수능 마케팅'이 한창이다.

화장품 회사는 물론 성형외과와 피부과 한의원 등도 '수능생 특별할인'까지 내걸고 변신을 꿈꾸는 이들을 흡수하려 애쓴다.

화장품 강의만 해도 솔깃할 터인데 '지금이 가장 적기다.

게다가 깎아준다'는 문구의 힘이 얼마나 클 지는 따져볼 것도 없다.

지긋지긋한 시험 공부에서 해방돼 살도 빼고,쌍커풀 수술도 하고,화장도 해서 완전히 탈바꿈하고 싶은 심정을 나무랄 순 없다.

고객을 창출하려는 화장품 회사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환자를 불러모으는 병원을 탓하기도 어렵다.

단 어떤 경우에도 사전에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쌍커풀수술만 해도 매몰법과 절개법 중 매몰법은 회복도 빠르고 흔적도 덜하지만 곧 풀어질 수 있고,절개법은 늦게 회복되지만 풀어지지 않는다는 등의 설명이 필수다.

뚱뚱해도 당장 지방흡입술을 받는 것보다 일단 덜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오라고 말해줘야 마땅하다.

마케팅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보다 널리 알림으로써 소비자가 마음 놓고 자신있게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지,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부작용 내지 문제를 감춘 채 구입하거나 이용하도록 부추기는 속임수가 아니다.

아직 어린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능 마케팅은 더더욱 그렇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