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이기기 위한 주제보다 통찰력을 보완해주는 인문학적 소양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정진홍 지음,21세기북스)를 읽으면서 인문학이 경영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이유를 세 가지로 생각했다.
첫째,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깊은 통찰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통찰의 깊이는 결국 그 사람의 삶의 두께가 결정한다.
이 두께를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일이다.
잘 알려진 예로 혁신의 화신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탐독한다.
그 혁신적인 결정의 바탕에 인문학이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의 뉴욕타임스 기사 'CEO들의 성공의 열쇠'도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이클 모리츠 등 성공한 CEO들의 깊은 통찰의 바탕에 인문학적 소양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둘째,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기계는 자산으로,사람은 비용으로 인식해온 포디즘(Fordism)적 사고방식이 설 자리를 잃고 조직 구성원의 창의성에 의지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또한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협업(Collaboration)효과에 대한 필요성이 첨예의 관심사가 됐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리고 인간 이해의 해법은 바로 인문학 속에 있다.
셋째,역사가 겪어온 흥망성쇠를 통해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로마제국의 쇠망사를 통해 실패의 교훈을 끌어내고 있다.
수많은 경영자들은 조찬강연,세미나,경영강좌 등 성공 방법을 배우기 위해 놀라울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실패를 통해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소홀하다.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 시대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실패에서 배우는 실패하지 않는 법'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내용의 깊이와 주제의 다양함뿐만 아니라 '인문경영(人文經營)'의 시대를 여는 선구적 시도라는 점에서도 일독할 만한 가치가 넘치고 남는다.
360쪽,1만5000원.
김재우 아주그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