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의 씨가 말랐다."

최근 헤드헌터들 사이에서 오가는 얘기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앞다투어 M&A 등을 통한 신규사업 확장에 뛰어들면서 인수합병 전문가들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기업들이 M&A와 신규사업 전문가를 대거 확충하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내실위주의 경영을 해온 덕분에 기업들의 투자 여력은 한참 세졌다.

반면 투자환경은 좋은 편이 못된다.

웬만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신규 진입의 여지가 없고 새로 열리는 시장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인수합병시장에는 먹기 좋은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 하이닉스 등 구조조정을 거쳐 한층 먹음직스러워진 거대기업들이 20여개나 늘어서 있다.

M&A시장에는 대기업 중심의 치열한 경쟁구도에 지쳐있거나 앞날을 낙관하지 못하는 중견ㆍ중소기업들도 무수히 많다.

이들 중견·중소 기업들은 독자 생존보다는 대기업의 그늘에서 경쟁의 따가운 햇볕을 피하고 싶어 한다.

대기업들은 이런 중견·중소 기업을 잘 만나면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고 신규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도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일부 업종에서는 M&A 대열에서 끼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도 있다.

경쟁기업들이 M&A를 통해 규모를 키울 경우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M&A시장의 먹잇감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 손놓고 있다가는 경쟁자들이 골리앗처럼 커지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인수합병 전문가 영입에 성공한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우선 인수합병 전 과정을 책임지고 진행한 사람이 소수라는 데 있다.

기업들은 금융이나 전략,마케팅 등에 부분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던 PM급 전문가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주도적으로 경험했던 사람은 소수다.

M&A 전문가들의 연령대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기업들은 대개 차ㆍ부장급의 젊은 인재를 원한다.

머리가 큰 사람보다는 가능하면 조직 적응력이 뛰어난 젊은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경험이 많고 독자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불가피하게 나이를 먹게 된다.

더구나 이들은 조직에 얽매이기보다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훌훌 털고 다시 새로운 일을 찾아가고 싶어한다.

보상 수준도 문제다.

M&A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훨씬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

성과급에 익숙해 있어 기본급 중심의 연봉은 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반면 기업들은 조직적 부담 때문에 파격적 보상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인수합병 전문가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책임자급은 매우 한정돼 있고 초보자들은 많지만 기업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

헤드헌팅회사들이 인수합병 전문가를 찾아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에 만족스러운 답을 주기 어려운 현실이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