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증권사의 주가예측 'B'도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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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추수감사절에 메릴린치에 근무하는 아시아담당 투자전략가의 집에 초청받아 간 적이 있다.
서재에 놓여 있는 한국 증권사들의 2008년 주가예측 자료가 화두가 됐다.
먼저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는 질문에 '읽고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은 성적으로 매긴다면 'B'는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참고는 하지만 믿지는 않는다'고 비교적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른 증권사에 속한 아시아담당 동료들도 자기와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덧붙었다.
무엇보다 주가 예측치가 한국 증권사별로 격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내년 주가 전망치를 보면 코스피지수 2500선이 넘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1500선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추세 전망을 보더라도 상반기에 올랐다가 하반기에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맘 때 한국 증권사들이 발표했던 올해 주가 전망치를 평가한 자료도 함께 제시했다.
굳이 주가 예측치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절대오차 등을 동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코스피지수 1600선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던 증권사는 없었고,오히려 110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 증권사도 있었다.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 예측론자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어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이 때문에 주가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동안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예측을 되돌아보면 이런 모델들의 비효율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예측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가 정작 주가의 방향이 바뀐 뒤에야 '터닝 포인트'를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증권사가 주가 예측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인 투자자들에 대한 안내(Guide)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과연 한국 증권사들의 2008년 주가 예측치와 상·하반기 추세전망을 놓고 투자에 대한 확신이 들겠느냐고 되물었다.
주가예측에 책임을 지지않는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를 예측해 놓고 이를 믿고 투자해서 손실이 나면 '자기책임의 원칙'을 들고 나오는 일부 한국 증권사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다.
그렇다면 '증권사가 왜 주가예측을 하느냐'고 흥분하면서 자기책임의 원칙은 주가예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더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주가예측을 발표하는 포럼이 이벤트화되는 것도 곱지 않은 눈으로 봤다.
그 많은 비용은 따져보면 투자자들의 돈이거나 증권사가 낸 수익이라도 고객인 투자자들에게 단 1원이라도 더 돌려주는 것이 증권사의 기본자세임을 감안하면 투자포럼에 인기 연예인까지 등장시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증시의 복잡성은 한국 증권사들이 의존하는 것처럼 불과 몇 개의 선행지표나 단순 모델로 포착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의 경기예측 모델이 이 분야를 평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국 증권사들도 앞으로 주가예측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증시 사이클 큐브'(security cycle cube)와 같은 다차원적인 모델을 개발해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서재에 놓여 있는 한국 증권사들의 2008년 주가예측 자료가 화두가 됐다.
먼저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는 질문에 '읽고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은 성적으로 매긴다면 'B'는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참고는 하지만 믿지는 않는다'고 비교적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른 증권사에 속한 아시아담당 동료들도 자기와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덧붙었다.
무엇보다 주가 예측치가 한국 증권사별로 격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내년 주가 전망치를 보면 코스피지수 2500선이 넘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1500선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추세 전망을 보더라도 상반기에 올랐다가 하반기에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맘 때 한국 증권사들이 발표했던 올해 주가 전망치를 평가한 자료도 함께 제시했다.
굳이 주가 예측치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절대오차 등을 동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코스피지수 1600선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던 증권사는 없었고,오히려 110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 증권사도 있었다.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 예측론자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어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이 때문에 주가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동안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예측을 되돌아보면 이런 모델들의 비효율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예측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가 정작 주가의 방향이 바뀐 뒤에야 '터닝 포인트'를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증권사가 주가 예측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인 투자자들에 대한 안내(Guide)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과연 한국 증권사들의 2008년 주가 예측치와 상·하반기 추세전망을 놓고 투자에 대한 확신이 들겠느냐고 되물었다.
주가예측에 책임을 지지않는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를 예측해 놓고 이를 믿고 투자해서 손실이 나면 '자기책임의 원칙'을 들고 나오는 일부 한국 증권사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다.
그렇다면 '증권사가 왜 주가예측을 하느냐'고 흥분하면서 자기책임의 원칙은 주가예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더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주가예측을 발표하는 포럼이 이벤트화되는 것도 곱지 않은 눈으로 봤다.
그 많은 비용은 따져보면 투자자들의 돈이거나 증권사가 낸 수익이라도 고객인 투자자들에게 단 1원이라도 더 돌려주는 것이 증권사의 기본자세임을 감안하면 투자포럼에 인기 연예인까지 등장시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증시의 복잡성은 한국 증권사들이 의존하는 것처럼 불과 몇 개의 선행지표나 단순 모델로 포착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의 경기예측 모델이 이 분야를 평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국 증권사들도 앞으로 주가예측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증시 사이클 큐브'(security cycle cube)와 같은 다차원적인 모델을 개발해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