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內회사 청산절차 간소화 돼야"

중국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의 잇단 '야반도주'가 골치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낮춰 부동산 없는 기업들은 거액의 보증금을 요구받는 등 남은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재 중국 기업인 40여명이 지난 24일 중국 쿤밍에서 열린 '중국한국상회 지역상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칭다오한국상회의 윤은석 부회장은 "최근 칭다오 교주지역에서 회사를 버리고 야반도주한 외국 기업인이 119명인데 이 중 103명이 한국인 사장들이었다"며 "이에 중국칭다오은행이 전체 한국기업의 신용등급을 한등급씩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1300만달러나 대출받은 기업인이 종업원과 납품업체에 돈도 주지 않고 도망간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의 야반도주가 줄을 잇는 건 노동집약적 사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됐기 때문.박재찬 옌타이한국상회 감사는 "산둥성에는 봉제,완구 같은 한국 노동집약 업체들이 많은데 각종 비용이 증가해 대부분의 공장이 적자를 내고 있다"며 "내년에는 문 닫는 업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철 칭다오 한국상회 고문도 "올해 노동법이 개정되고 세금납부 유예기간도 끝나 캄캄한 상황"이라며 "특히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환경규제도 강화돼 이래저래 경영여건이 최악을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까다로운 회사 청산절차도 야반도주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박재찬 감사는 "회사를 청산하고 싶어도 '소득세를 환급해라''대출이나 지원액 차액을 갚아라' 등 요구조건이 까다로워 청산이 어렵다"며 "(정부나 대한상의 차원에서) 중국 정부에 청산절차 간소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진출 기업인들은 자녀 교육 문제도 중국 사업의 주요 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윤은석 부회장은 "칭다오에 한국 학생이 1만명 있는데 이 중 국제학교에 못가는 학생이 80∼90%이고, 중국공립학교는 한국 학생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주문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