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수입상 등 중간 유통 과정을 건너뛰고 해외 상품의 원산지로부터 직접 조달,납품 기간을 줄여 신선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춘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주로 야채 생선 등 국산 신선식품 위주였던 산지 직거래 방식을 해외로까지 넓히고 있다.

◆태국산 새우,필리핀산 바나나 직도입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9월 태국 최대 새우 양식업체인 CPF사와 직거래 계약을 맺고 지난달 말까지 170t의 새우를 수입했다.

사실상 해외에 이마트가 운영하는 새우 양식장이 생기면서 판매가격도 뚝 떨어졌다.

최근 매장에서 팔고 있는 이마트표 '태국 중새우(20마리)'는 2500원으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국산 중새우(20마리)의 경매가보다 47%,일반 수입산 새우에 비해선 20%가량 저렴하다.

수입 유통 기간은 경매시장.수입업체 등을 거치지 않아 1개월에서 20일로 단축됐다.

이마트는 가격을 크게 낮춘 데다 신선도 역시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내년부터 연간 800t 이상의 새우를 직수입할 계획이다.

박장대 이마트 수산과장은 "이마트 지정 새우 양식장에서 가져온 상품인 만큼 항생제 사용금지,특수 사료 주기 등 현지 양식장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며 "가격은 낮고 품질은 좋아 소비자에겐 1석2조"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또 미국 돌(Dole)사에 바나나를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 바나나 농장 몇 곳과 직거래 계약을 맺고 내년 초부터 한국법인(돌 코리아) 등을 통하지 않고 바나나를 직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원양 선사(船社)에 필요한 수산물을 잡아오도록 하는 위탁 조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월 사조CS.동원산업 등 5개 원양어선 업체와 직거래 계약을 맺고 어시장 경매 등을 통하지 않고 종전가보다 최대 50% 싼 가격에 오징어 참치 동태 등 수산물을 팔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초부터 칠레 5대 포도 농장으로 손꼽히는 트리니다드 DDC란 곳과 거래를 맺고 연간 800t의 칠레산 포도를 직수입하고 있다.

가격은 100g당 298원으로 수입업체를 통해 들어왔던 때에 비해 15%가량 싸다.

내년부터는 다양한 나라를 통해 원산지 직거래를 늘릴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해외 산지 직거래 비용 등에 1조원을 투입,해외 상품 원산지에 대한 현지 조달 능력 및 판매 품목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전문 바이어 육성이 과제

유통업체들이 해외 산지 직거래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상품을 관리.감독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형 유통업체에서 분야별 구매와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전문 바이어는 각사별로 서너 명 선에 불과하다.

이들이 해외로부터 조달하는 물품에 대한 품질 관리 및 조달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하루하루 국내 산지 직거래 상품의 판매현황,새로운 소비자 트렌드 파악 등만 해도 시간이 없다"며 "특히 해외 직거래의 경우 수입하는 곳의 외국어와 현지 생산 환경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해결하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