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27일 새벽)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 차례의 실패를 딛고 두 번째 도전장을 던진 여수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투표 장소인 프랑스 파리 '팔레드 드 콩그레'주변은 25일(한국시간) 표심을 잡으려는 한국과 모로코 폴란드의 막판 총력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대표단은 지금까지의 선전으로 한국이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현지에선 모로코가 강하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투표함을 열기 전엔 승자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재계 총력전

유치단 수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정몽구 명예위원장과 김재철 유치위원장,조일환 주 프랑스대사 등 고위 유치관계자 전원이 참석해 대책회의를 갖고 막판 변수를 점검했다.

한 총리는 개표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분발을 촉구했다.

한 총리는 또 25일에는 총회장에서 실시할 PT리허설에 직접 참여,유치전략을 조율했다.총리는 투표 직전에도 세계박람회기구(BIE)의장과 사무총장을 만나 한국 여수지원을 당부할 계획이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도 프랑스 유력 언론 2곳과 연속 인터뷰를 갖고 여수의 장점을 집중 홍보했다.

외교당국은 파리에 상주 중인 90여개 BIE 회원국 대표를 상대로 맨투맨 방식으로 접근전을 펴기 시작했다.

정몽구 명예유치위원장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유럽조직을 일제히 가동하며 파리 시내 곳곳에 여수박람회 홍보 광고물 등을 후원했다.총회장 주변에도 60여대의 홍보 및 행사 차량을 지원했다.

정 명예위원장은 지난 22일 파리에 도착,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대책회의와 '한국문화의 밤',BIE 대표 초청행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했다.

정 명예위원장은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열린'한국문화의 밤'행사에서 "(유치에 성공해서)서울에서 보자"고 유치단을 격려했다. 최한영 현대자동차 사장은 "현대 삼성 등 4개 그룹별로 3∼5개국씩 나라를 정해 외교부 등과 공동으로 전담마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그룹에선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치활동에 합류했고 LG그룹에선 김종은 LG전자 유럽총괄사장과 남상건 부사장 등이 파리로 건너와 막판 유치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SK그룹에선 신헌철 SK에너지 사장과 이정화 SK해운 사장,이헌섭 SK(주) 사장 등이 대거 참여했다.


◆결선까지 간다면?

유치대표단은 1차 투표에서 한국이 5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차 결선투표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김영석 유치위 기획홍보본부장은 "전체적인 판세는 여수가 유리하지만 승리를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부동표 수가 많아 2차 결선투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폴란드 지지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대표단과 재계 지원단은 한국기업이 폴란드에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점을 내세워 폴란드의 지지를 끌어낸다면 갈 곳을 잃은 폴란드 쪽 표를 모조리 끌어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지지표를 다지는 것도 필수다.

조태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엑스포 같은 국가행사 경쟁에서 1차 투표 표심이 2차 결선투표에서 바뀌는 경우가 통상 10∼15% 정도 발생한다"며 "마지막 투표 순간까지 한표도 이탈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계속 늘어나는 회원국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회원국 수가 늘어나고 있다.

최종 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회원국 수는 여전히 미정이다.

25일 현재 세계박람회 기구 회원국 수는 142개국.지난 6월 회원수가 98개국이던 점을 감안하면 5개월간 44개국이나 늘었다.

투표일까지 3~4개국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국제박람회에 관한 협약만 비준하면 언제든 세계박람회기구(BIE)에 가입할 수 있어서다.

모로코와 폴란드도 신규 가입국가를 잡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대륙별 분포 현황은 유럽 36,아시아.오세아니아 30,미주 32,중동 12,아프리카 32개국 등이다.


◆국왕외교가 부럽다

최근 회원국 증가의 특징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국가의 가입이다.

대표단은 신규 회원국 상당수가 모로코의 권유에 따라 가입한 모로코표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단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로코 득표활동의 핵심은 '국왕외교'다.

김재철 유치위원장은 "여수 지지의사를 밝혔던 국가 중 모로코 국왕의 부탁을 받고 태도를 바꾼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비세를 느낀 모로코가 종교와 지역,언어의 동질성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판세를 뒤엎으려 하고 있는 것.중동과 남부유럽,북아프리카 지역의 미가입 국가를 끌여들어 표수를 늘리는 전략이다.

스웨인과 포르투갈은 이미 모로코 지지를 선언한 상태이며 프랑스어권 국가들도 지지모임을 가진 상태다.

파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