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가 내년 봄 설립된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지난 23일 밤 마라톤 협상 끝에 총 1203억유로(1781억달러) 규모의 내년도 EU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MIT에 맞설 만한 '유럽 공과대학(EIT)'을 설립하기 위해 3억900만유로를 할당했다.

EIT 설립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3년까지 총 24억유로(36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등 3가지 핵심연구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EIT는 전통적 캠퍼스를 가진 MIT와 달리 기존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 기업을 연계하는 일종의 네트워크 형태를 띨 전망이다.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기존 대학과 연구기관들을 한데 묶어 공동 연구 또는 산학 간 연계 등을 이끌어내는,이른바 '지식 혁신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정업무 등을 맡을 사무국 후보지는 아직 결정이 안 됐지만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EIT 설립안을 주창한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EIT는 EU 전역에 혁신과 기술발전, 경쟁력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환영했다.

EU 집행위는 EIT 설립으로 유럽의 연구개발 예산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8%에서 3%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연구개발 예산은 GDP의 2.7%, 일본은 3.2%에 이르고 있다.

야네즈 포토츠닉 EU 연구담당 집행위원은 "EIT가 내년 봄 연구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