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글로벌 회사들이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중국은 내부 소비 시장을 부양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경제의 발전을 주창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시장 쟁탈전에 나선 서구 기업들엔 새로운 환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은 고급 시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전략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만을 공략했던 다국적기업들이 저가 제품으로 중산층 시장 선점에 나선 새로운 기업들에 치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중산층은 규모가 엄청난 속도로 커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 성공한 현지 기업들은 최근엔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으며,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회사의 기반을 탄탄히 만들기 위한 방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인수ㆍ합병(M&A)이 쉽지만은 않다.

외국 기업의 중국 내 M&A는 중국 정부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고,이런 경우 현지 기업이나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때가 많다.

또한 중국에서 성공적인 기업 인수를 위해서는 시너지를 제대로 창출할 수 있는 현지 업체를 잘 골라야 한다.

합병 대상 기업에 대한 자료도 면밀히 검토하고 합병 후의 통합 과정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에서의 M&A 성공 사례로는 질레트를 들 수 있다.

질레트는 2003년 난푸라는 회사를 인수해 중국 최대의 배터리 업체로 재탄생했다.

질레트의 배터리 회사인 듀라셀이 처음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사업이 꽤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1990년대를 거치면서 듀라셀의 영향력이 계속 떨어졌고 결국 2002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6.5%까지 추락했다.

반면 중국 토종 업체인 난푸는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질레트의 경영진들은 듀라셀이 기본적인 비용 측면에서 난푸에 밀리고 있다고 판단했고,결국 난푸의 지분을 인수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다.

이후 난푸를 사들인 질레트는 듀라셀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고 난푸는 대중 브랜드로 특화시키며 중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로레알,콜게이트파몰리브,안호이저부시 등과 같은 회사에서도 이러한 성공 사례는 발견된다.

중국 시장의 가능성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가격을 맞추지 못했던 안호이저부시는 2004년 중국의 하빈맥주를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또 2005년에는 칭다오맥주의 지분을 기존의 9.9%에서 27%까지 늘리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 지금은 중국 맥주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콜게이트파몰리브 역시 중국 치약 시장에서 현지 업체를 인수,현재는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바로 중국의 중산층 시장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최근 많은 기업들은 '중국(中國)'이란 말이 '중산층의 국가'라는 새로운 의미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베인&컴퍼니의 오릿 가디시 회장과 틸 베스트링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사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의 중산층 시장 잡기'(Capturing China's Middle Market)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