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정끝별씨(명지대 국문과 교수ㆍ43)가 '함포고복(含哺鼓腹)'의 마음을 담은 시들을 묶어 '정끝별의 밥시 이야기-밥'(마음의숲)을 내놨다.

59명의 시인이 쓴 '밥에 관한 철학'에 재치있는 단상을 곁들이고 금동원씨의 정겨운 그림까지 담았다.

그는 이번 시선집에서 '밥'과 '시'의 근원적인 동질성을 포착해낸다.

좋은 시는 언어라는 재료를 갖고 만든 따뜻한 밥상과 같기 때문이다.

시인은 세끼 식사하듯 시를 생각해야 하고,시만 먹고서는 못살지만 시 없이도 못사는 존재이기에 '밥'과 '시'는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선집 속에는 밥 짓는 엄마(김종삼의 '엄마')도 그려져 있고,밥솥을 끓이는 아궁이 불이 할머니 눈 속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장면(엄재국의 '꽃밥')도 있다.

끓여먹으나 구워먹으나 얌전히 있는 굴비(屈非)의 나약한 모습이 시인의 비굴(卑屈)함(최승호의 '무서운 굴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해설들도 시적이다.

정씨는 밥을 지어주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을 떠올리다가 시인 민보기씨가 상으로 받은 기념조각물을 들고 오며 '이가 쌀가마였으면…'이라고 말했다던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그는 또 "'먹고 싶다'는 말은 번번이 '쓰고 싶다'는 말처럼 들린다"며 "시인에게 시는 언어로 가득찬 밥임에 틀림없다"고 말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