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으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예금 확대를 위해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예금 이탈을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로 메우는 것이 한계점에 이른 데다,자칫 CD 등 시장성 자금으로만 수신을 채워 놨다가 향후 자금시장이 급변하면 유동성 위기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생겨난 점도 수신 확대를 위한 은행들의 금리경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면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은행 대출을 쓰고 있는 가계와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경쟁 국민은행이 촉발

국민은행은 '국민슈퍼정기예금'의 금리를 지난 21일부터 최고 0.5%포인트 인상했다.

영업점장 전결 금리 폭을 최대 0.3%포인트 올리고,본부 승인을 거쳐 최대 0.2%포인트를 더 얹어줄 수 있도록 한 것.이로써 1년 짜리의 금리는 5.7%에서 최고 6.2%가 됐다.

이 상품은 23일 현재 수신고가 40조원에 이르는 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이에 앞서 이달 초 'WINE정기예금' '명품여성자유예금' 'e-파워정기예금' 등에 대해 연말까지 최고 0.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급키로 결정한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간 예금금리가 다소 낮아 주식형펀드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으로 자금이 적지 않게 빠져나갔다"며 "증시 조정기에 개인 거액예금과 연말 기업자금 유치를 위해 이번에 금리를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상당한 자금난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은행채와 CD로 50조원가량을 유치해 놓고 있는데 매달 2조원 이상 만기가 돌아와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한국은행의 지급준비금을 맞추지 못해 8000억원을 긴급 수혈받기도 했으며 중소기업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또 지난 16일엔 3년 만기 은행채를 3년 만기 국고채에 비해 0.5%포인트 이상 높은 연 6.0%에 발행,자금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자금난은 전혀 근거없는 것이며 안정적인 수신기반을 다지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은행들도 속속 금리 인상

신한은행은 27일부터 '파워맞춤정기예금' 금리를 영업점장 전결 금리폭 확대 방식으로 최고 0.4%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만기별로 보면 1년 짜리가 5.5%에서 5.8%로,2년 짜리는 5.55%에서 5.9%로,3년 짜리는 5.6%에서 6.0%로 각각 오른다.

신한은행 측은 금리가 최고 6.3%였던 특판상품 판매가 26일 끝난 데다 국민은행이 금리를 대폭 올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이번 주 중 정기예금인 '고단위플러스정기예금'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26일 긴급회의를 열어 금리 인상 방침을 정했으며 조만간 인상폭과 방법을 정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주력 상품인 '중소기업금융채권'의 금리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1년 짜리 5.85%로는 시중은행과 금리 경쟁을 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부터 6% 대의 특판예금을 판매 중이다.

1년 짜리 기준으로 'CD플러스예금'은 6.1%,정기예금은 6.0%가 적용되고 있다.

외환은행 역시 1년 만기 'Yes큰기쁨정기예금' 금리를 6.05%로 최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한편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을 보전하기 위해 최근 2주일 새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5%포인트나 높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