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그룹 내 분산돼 있는 PDP 관련 사업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LG마이크론과 '사업 맞교환'을 추진한다.

PDP 사업의 일원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는 이를 놓고 "LG전자가 PDP 사업의 매각에 앞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LG전자의 PDP 사업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1일 LG그룹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LG마이크론에 PCB(회로기판) 사업을,LG마이크론은 LG전자에 PRP(PDP 후면판) 사업을 넘겨주는 방식의 계열사간 사업 맞교환을 추진키로 했다.양사는 이를 위해 최근 각각 외부 회계법인을 선정,각 사업의 가치(가격) 평가를 위한 실사에 들어갔다.

양사는 이르면 3개월 내에 실사와 가격협상을 마치고 사업 양수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PRP(PDP Rear Panel)는 PDP패널의 뒷부분을 이루는 유리 제품으로,전면판(프런트 패널)과 함께 플라즈마 방전(PDP TV의 기본 원리)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고,PDP패널이 천연색의 화면을 구현하도록 해주는 핵심 부품이다.LG마이크론은 이 제품을 대부분 LG전자에 납품해 연간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LG전자가 LG마이크론으로부터 PRP사업을 인수키로 한 것은 공정효율화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LCD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또 흩어져 있는 PDP패널 관련 사업을 한 군데로 모아 매각에 대비한 유리한 구조를 미리 만들어 놓는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평판TV 수요 증가로 최근 구미 LG전자 PDP공장의 가동률이 100%에 달하는 등 PDP사업의 여건이 상반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며 "때맞춰 사업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PDP사업의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LG전자가 계륵같은 존재인 PDP사업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연말까지 PDP사업을 최적화(optimization)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5월에는 채산성이 떨어지는 구미 PDP공장 A1라인의 가동을 중단했었다.

LG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LG마이크론은 PRP사업을 LG전자에 넘겨주는 대신 5500억원 매출 규모의 PCB사업을 넘겨받는다.

지난해 76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PCB사업을 받으면 내년에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게 된다.

무엇보다 PDP사업의 비중을 꾸준히 줄여온 LG마이크론의 입장에선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되는 셈이다.

PRP사업의 경우 2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3분기 소폭 흑자로 돌아섰지만,PCB사업은 꾸준히 6∼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특히 PCB사업은 LG전자의 휴대폰,PC 등에 전량 공급되기 때문에 수요도 안정적이다.

생산물량도 삼성전기에 이어 국내 2위다.

LG마이크론은 앞으로 PCB를 주력 제품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