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공공부문과 노동부문의 구조 개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외환위기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기업과 금융 부문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불필요한 규제 완화'를 첫 손에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수 연구원 기업인 등 268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환위기 10년의 평가와 향후 전망 의견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중 8명 꼴로 현재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평가한 이유로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65.4%)'을 꼽는 이가 가장 많았다.

나빠졌다(7.5%)고 평가한 이들은 '양극화 심화(55.0%)'를 근거로 들었다.


◆기업은 뛰고,공공부문은 기고

외환위기 이후 4대 부문(기업.금융.노동.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평가는 부문별로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의 59.3%는 기업 부문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답했다.

금융부문(38.1%)이 그 뒤를 이었다.

노동과 공공부문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전문가는 각각 1.5%와 1.1%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답변자의 대부분이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96.6%)되고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진 점(88.4%) 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 반대 급부로 정부가 개선을 약속했던 기업 환경은 별로 달라진 게 없거나(56.3%) 오히려 악화됐다(9.7%)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금융 부문 개혁 성과에서도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93.7%)에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했지만 금융감독 선진화(47.4%) 측면에서는 개선 정도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었다.

공공 부문에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점수를 짜게 줬다.

공공부문 경영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이는 20.9%에 그쳤고 공기업 민영화(24.6%)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노동 부문에서는 유연성 확보 측면에서 개선됐다는 전문가가 35.8%로 나타났지만,노사관계가 개선됐다거나(20.5%)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11.2%)고 보는 이는 소수였다.

부문별 개혁 과제들에 대한 5점 척도 평가(5점에 가까울수록 긍정적)에서도 금융 기업부문은 각각 3.70점과 3.66점을 받은 데 비해 노동(2.92) 공공 부문(2.90) 등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규제 완화해야 지속 성장

전문가들은 환란 이후 10년간 한국 경제 상황이 좋아졌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불필요한 규제 완화(18.7%)'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극화(11.9%)와 고용불안 해소(11.2%) 등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각 부문별 역점 과제(복수응답)로는 우선 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63.3%)'는 응답자와 '투자 유인책(44.9%)'이 필요하다는 전문가가 많았다.

금융 부문이 발전하려면 '제도적 인프라 확충(49.3%)'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란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지적된 노동시장에 대한 처방으로는 '일자리 창출 노력(61.7%)''고령사회 대비(45.5%)' 등이 제시됐고,공공부문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조직의 구조조정(47.4%)'과 '경쟁시스템 구축(44.4%)'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전문가가 많았다.

한국이 경제 위기를 다시 맞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대부분(88.1%)이 낮다고 답했다.

최근의 고유가 서브프라임 사태 등 어려운 대외 여건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감당할 수 있다(83.2%)는 쪽이 그렇지 않다(14.9%)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