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사채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규제로 인해 자금조달 대안으로 사채 발행이 늘고 있지만 자칫 남발했다가는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달 5일 경영권을 놓고 표대결을 예고한 하이스마텍이 대표적인 사례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스마텍 경영권 분쟁은 지난달 회사가 공모로 발행한 60억원 규모의 CB가 도화선이 됐다.

하이스마텍 경영권을 노리던 정해창 듀오백코리아 회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듀오백코리아는 전체 규모의 절반인 30억원 규모 CB를 공모로 받아 곧바로 정 회장에게 넘겼다.

별도로 장내에서 지분 4.86%를 사들인 정 회장은 최근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의결권 있는 보유지분을 14.83%로 늘렸다.

반면 최대주주인 박흥식 하이스마텍 대표는 특별관계인을 포함,보유지분이 12.27%에 불과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개인주주인 강준석씨가 하이스마텍 지분 5.62%를 보유해 현 경영진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박 대표는 주주들에게 내달 5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위임해줄 것을 권유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박 대표는 이 편지에서 "회사가 안정을 되찾고 성장 궤도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회사 사업에 대해 아무 전문지식도 없는 일부 주주가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소액주주들에게 호소했다.

해외사채를 인수한 해외사모펀드의 경영권 위협 사례도 적지 않다.

에스티아이는 지난해 8월 미국 이볼루션펀드를 대상으로 47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볼루션펀드가 보유한 CB를 인수해 적대적 M&A를 하려는 시도를 감지한 에스티아이는 오성엘에스티를 백기사로 끌어들이며 급한 불을 껐다.

오픈베이스도 2001년 약 100억원의 BW를 독일의 피터백파트너스를 대상으로 발행했다가 경영권 위협을 막기 위해 지난해 2월 안간힘을 써야 했다.

당시 오픈베이스는 170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단행해 경영권 위협을 차단했다.

현재 피터백파트너스는 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쏠라엔텍(옛 디유뱅크)에 대해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해 놓고 있다.

인수·합병(M&A) 컨설팅업체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최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코스닥 기업이 사채 발행을 남발할 경우 심각한 경영권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해외펀드가 실제로는 경영권을 인수할 의지가 없음에도 주가 부양용으로 회사 경영권을 압박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