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한국 업체 화인방적의 우영판 사장 등 임직원 7명이 공장 철수를 우려한 중국인 근로자들에게 23일부터 4일째 감금돼 있으며 직원 한 명은 집단 폭행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 등을 제대로 주지 않고 야반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직원들이 폭행을 당하고 감금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 충밍현 신허진에 있는 화인방적의 우 사장은 26일 감금된 상태에서 기자와 전화통화를 갖고 "공장 철수를 계획하고 일부 노후설비부터 매각했으나 종업원들이 당장 야반도주하는 것으로 오인해 직원들과 함께 감금됐다"며 "현재 시정부 노조와 함께 청산 절차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중국인 근로자 1800명은 지난 20일 회사 측이 공장의 생산설비를 일부 처분하자 직원들 몰래 한국으로 야반도주하려는 것으로 간주,11월 임금과 잔업수당 그리고 경제보상금(퇴직금) 등을 요구하며 한국인 직원을 공장 안에 감금했다.

한국인 임직원들은 공장 내부로 활동 반경을 제한받고 있으며 한국 영사관 관계자 등과의 접촉도 차단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 1명이 중국 근로자들로부터 집단 폭행당했으나 부상 정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인방적은 작년 매출 2600만달러의 중견 업체로 10년 전부터 충밍현에서 방적 공장을 운영해 왔으며 2년 전에는 제2공장을 설립하는 등 사세가 커졌으나 최근 근로자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가공 무역이 제한받으면서 자금 압박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상하이 총영사관 이승일 영사는 "최근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회사 측이 일부 노후 설비를 매각한 것은 사실이나 지난 10월까지 임금을 꼬박꼬박 지불하는 등 야반도주를 계획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현지 공장에서 한국인 직원들을 면담하려 했으나 중국 근로자들의 방해로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현지에 영사관 관계자를 급파하는 한편 중국 공안에 한국인 직원들의 신변 안전을 요청하고 협의에 의한 원만한 사태 해결을 지방 정부와 회사 측에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야반도주로 인한 반(反)한국 기업 정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으로 풀이된다.

칭다오한국상회 윤은석 부회장은 "최근 칭다오 교주 지역에서 회사를 버리고 야반도주한 외국 기업인이 119명인데 이 중 103명이 한국인 사장들이었다"며 "중국 칭다오은행이 전체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한 등급씩 낮추는 등 몰지각한 한국인들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는 중국 정부의 노동자 우대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데 따라 근로자들이 지나친 요구를 남발하는 최근의 경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화인방적의 중국인 근로자들은 경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신노동법에 들어 있는 것으로 현재는 회사가 해고에 따른 경제보상금 지급 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

○화인방적 우영판 사장 일문일답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중국의 사업 환경이 악화돼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청산을 결정했다.

일부 노후 설비를 매각한 뒤 노조에 통보하고 청산 절차를 밟으려 했는데 중국인 근로자들이 당장 야반도주하는 것처럼 오해해 이런 일이 빚어졌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감금돼 있지만 그렇게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시정부 노조 등과 협상을 시작한 만큼 곧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본다."

-폭행당한 직원의 부상 정도는 어떤가.

"외상은 없는 상태다.

겉으로 보기엔 괜찮은데 상황이 안정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

-언제쯤 자유롭게 공장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은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니 곧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