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말았다. 전날 8일만에 반등해 무서운 기세로 1850선까지 넘어섰던 증시가 27일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기대 이상의 블랙프라이데이 성적에 들떴던 뉴욕 증시가 하루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신용위기 우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구조화투자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고, 씨티그룹이 대규모 감원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부실 우려가 다시 부각된 것이다.

미국발 악재가 다시 불거지면서 전날 반짝 사자에 나섰던 외국인도 다시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전날 반등으로 단기 저점을 확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글로벌 증시 반등의 선행 요건은 미국 증시의 안정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1800선을 놓고 공방을 벌이던 지수는 오전 11시 현재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낙폭을 늘리며 1800선 아래로 밀려나고 있다. 전일 대비 낙폭은 65P.

최근 사흘간 지수가 오락가락한 변동폭만 100포인트가 넘어서고 있어 투자자들은 어지럼을 느낄 정도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수 변동폭이 커지고 불안정안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투자심리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돌발 악재에 대한 민감도 역시 커져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투심 불안과 해외 시장의 변동성 확대, 미국의 신용경색 재현 등으로 연말 장세가 찜찜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어디까지 반등하는가보다는 어느 수준에서 지지선을 구축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800선에서 지지가 확인될 경우 연말 시장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와 월말/월초 경제지표에서 보이는 양호한 국내 펀더멘털 확인을 통해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경우 주가 반등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파트장은 향후 시장의 체크 포인트로 국내외 시장 금리의 안정 여부와 美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추가 상각 규모, 국내 기관의 대응 여부 등을 꼽았다.

대신증권도 "아직은 넘어야할 산이 많다"면서 "지난 8월엔 美 연준의 재할인율 인하와 기준금리 인하가 반등의 단초를 제공했지만, 최근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보면 추가 금리인하에 미온적이어서 다음달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때까지 분위기 반전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나 중국 변수도 단기내 해결될만한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판단.

이 증권사 곽병열 연구원은 "미국 소비 경기의 개선 가능성과 국내의 양호한 유동성 환경은 하방 경직성을 제공하겠지만, 글로벌 악재의 완화가 산타랠리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SK증권은 "국내 수급이 미국 증시에 연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美 경제지표뿐 아니라 국내 수급의 흐름도 일단 확인하고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적극적인 매수 대응보다는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또 삼성증권은 반등시 현금 비중을 일부 확대해 나가면서 시장이 상승 추세로 복귀하는 것에 대비하는 전략도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하나대투증권은 지수가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1880포인트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가야할 것이라면서, 늦어도 이번주안에 1900선을 회복할 경우 추세 복귀를 논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그 누구도 지금 같은 장세불안이 조속한 시일 안에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셈이다. 미국의 시장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불안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당분간 증시의 신경질적인 움직임이 계속되더라도 투자자들은 냉정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