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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속담에'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이 있다.

시인 조용미씨(45)는 1996년 같은 제목으로 첫 시집을 냈고,뉴 저먼 시네마 운동의 기수였던 독일의 파스빈더 감독은 1970년대 이 속담을 제목으로 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 속담에서 '영혼'을 '경제'로 치환해보면 요즘 가계와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잘 설명해 주는 명제가 될 듯하다.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데,가장 큰 요인이 가계ㆍ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대한상의,중기중앙회가 분기마다 발표하는 소비자평가지수,기업실사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들을 들여다보면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가계와 기업의 심리를 나타내는 이들 지수는 좀처럼 100을 돌파하지 못한다.

경제의 앞날을 그만큼 어둡게 보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상반기 150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중소기업이 향후 체감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안감이'심리적 현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 투자 등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불안감을 증폭시켜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꼭 10년이 지났지만 기업 경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익부 빈인빅의 양극화는 기업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무한경쟁의 현실이 일상화됐다.

가동률이 급락하고 휴ㆍ폐업하는 업체는 지금도 속출하고 있다.

남동이나 반월 등 이 나라 산업의 밑거름이 돼온 기업들이 가득 찬 공단에선 예전처럼 기계 돌아가는 굉음이나 화물차의 빈번한 왕래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불확실성'이다.

소비와 투자의 동반부진,환율 불안에 따른 수출여건의 악화 등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시계제로'상황에 놓여있다.

그렇다고 힘들다는 푸념만 늘어놓을 수는 없다.

어려움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내팽개치는 순간 경영은 더 어려워진다.

경영의 과실은 도전의 성과물이다.

불안과 좌절의 그림자를 벗어 던지고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예측이 어려운 전쟁터에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병사가 살아남게 마련이다.

어려울수록 도전의식으로 무장하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경영의 신(神)이라 불리는 마쓰시타는 "바람이 강한 때야말로 연을 날리기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바람 앞에 움츠린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어린애가 몸이 아프고 난 후에 재롱이 늘 듯이,기업도 가혹한 경험을 통해 강해진다.

변화가 필요할때 적극적으로 변신을 즐기며 성장축을 다져야한다.

이를 위해 유념해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변화와 혁신의 시작은 고객 요구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변화와 혁신에 대한 경영자의 열정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기업 안팎의 네트워크를 재정비해 내ㆍ외적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고통은 사람들을 좌절케 하지만,좌절을 극복한 사람들은 더 강해지게 마련이다.

힘들고 괴로운 상황을 인생의 양념으로 본다면 '곤경'은 경영의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성공에 술수는 통하지 않는다.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서만 비로소 비약할 수 있다는 경영의 법칙을 곱씹어봐야 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