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趙東根) <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경제학 >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누가 존경을 받아야 하나? 남의 월급을 책임져 주는 사람이 존경을 받아야 한다.

남의 월급을 책임진다는 것은,자기 자신의 몫은 그만큼 '후순위'라는 것이다.

위험(risk)을 부담한다는 의미이다.

한국사회에서 기업인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러니 모두들 '월급받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런 국가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청소년의 60%가 '기업'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다.

'기업인'에 대해서도 3분의 2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이 더 이상 청소년들의 '역할 모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국가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기업'이 아닌 '정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상 뒤에는 언제나 본질이 있다.

객관적 증거에 기초하지 않은,대중의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재벌의 변칙ㆍ반칙론'과 '재벌의 외환위기 책임론' 같은 정치공세가,일정 시차를 두고 청소년의 경제의식에 불똥을 튀게 한 것이다.

삼성특검은 반기업인 정서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기업이 '악의 화신'인가? 뇌물과 변호사가 필요한 환경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삼성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전광석화(電光石火)가 아닐 수 없다.

삼성특검의 당위성에 대한 국회의원의 공감이 강철대오를 이루었는가? 국민의 특검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나? 국회의원 본인들이 잘 알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삼성특검법 발의의 모태는 '반(反)부패연대'이다.

그리고 반부패연대는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 제안의 결과이다.

반부패 연석회의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양심선언과 여권신당이 제안한 연석회의 간에는 '1주일'의 시간여유밖에 없었다.

양심선언 당시에는 '증빙'이라기보다는 '진술'에 가까웠다.

실체적 진실규명 이전에,삼성의혹을 지렛대로 선거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계산이 앞섰던 것이다.

반부패연대는 선거를 '부패 대 반부패'의 이분법적(二分法的) 대립구도로 만들려는 시도일 수 있다.

반부패연대가 공감을 얻으려면,'반부패연대'를 주도한 정파는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

현실은 어떠한가? 청와대 출신 보좌관과 정책실장은 어느 정파에 속한 사람들인가? 삼성의 비리의혹은 기업부패의 전형일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의혹'을 정치쟁점화해 2007 대선과 연계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도 '부패 심리'의 발로다.

삼성특검은 법리적으로도 치명적인 하자를 갖고 있다.

헌법상의 '과잉금지 및 비례원칙'에 위배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평등권'을 해치게 된다.

특검대상에 포함된 2002년 대선자금 사건이나 삼성에버랜드 사건,삼성SDS 사건 등은 이미 재판이 종결됐거나 계속 중인 사건이다.

특히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특검이 이뤄지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국가가 어떤 조치를 취할 때 목적에 비례하는 도구를 취해야 한다.

특검제도는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예외적,보충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특검 국회통과 시점에서,특검도입을 정당화할 만한 구체적인 범죄행위가 드러난 것도 아니다.

따라서 검찰로 하여금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한 뒤 검찰조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때 도입해도 늦지 않다.

여권은 삼성특검을 통해 흩어져 있는 '민주개혁세력'을 다시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화,민주개혁세력은 이미 소진된 화두이다.

소진된 화두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다.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경영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삼성특검을 통해 정녕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하는가?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