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헛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의 한 펀드매니저가 선행매매를 통해 수백억원대 차익을 얻었다는 루머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며 코스피 지수급락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해 하반기부터 풍문 및 보도 관련 조회공시 요구도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풍문 중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헛소문의 비율도 41%에 달해 풍문 및 보도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풍문 및 보도 관련 조회공시 요구 건수는 모두 5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회사측이 '사실무근'임을 밝힌 것은 21건으로 41%를 차지했다.

이는 올 상반기에 기록했던 유가증권시장의 헛소문 비율 27.1%와 코스닥시장의 19.6%에 비교해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풍문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지수급락을 야기했던 미래에셋증권 관련 악성루머는 미래에셋증권은 물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는 두산, 한진, SK, GS건설, 두산중공업, 대한전선, LG패션, 경남기업 등 우량 종목 주가까지 일제히 급락시키기도 했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에셋과 관련된 악의적 소문을 생산하거나 전달한 당사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정면 부인하는 등 즉각대응에 나서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은 오는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종합검사와 관련 "내달 정기검사가 예정돼 있다"면서 "경영전반에 대한 검사와 함께 선행매매도 중요 항목으 로 삼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해 이번 루머의 사실 여부를 염두에 두고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보다 앞서 삼성정밀화학과 현대증권도 헛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달 말부터 태양광 테마 영향으로 주가가 8만원선까지 치솟는 등 급등 세를 연출했었다.
그러나 이달 5일 삼성정밀화학측이 태양광 진출설에 대한 부인 공시를 하자 주가는 급락을 거듭, 현재 전고점대비 반토막이 났다.

인수합병(M&A)설로 지난달 17, 18일 양일간 13% 가량 주가가 급등했던 현대증권은 현대차그룹측의 현대증권 인수설 전면 부인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 단계적으로 현대증권을 인수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는 구체적인 소식을 전했지만, 현대차그룹측은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헛소문'은 해당 업체의 주가에만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동요시키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게 관련자들의 지적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당시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으로 소멸됐던 현대증권 인수합병 이슈가 또 다시 부각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인수합병설이 나돌면 직원들이 동요하는 등 업무에 지장 이 많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헛소문'에 휘둘리는 요즘 증권시장 분위기에 대해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증시 외부환경이 불안한데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연일 순매도하는 등 수급상황까지 꼬이면서 투자심리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