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외모ㆍ인종 차별 뒤집는 뚱녀들의 유쾌한 반란 '헤어스프레이'
무명의 김아중을 일약 톱스타로 만든 '미녀는 괴로워'는 날씬한 미녀만 숭배(?)하는 세태를 꼬집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에는 외모 차별주의는 물론 뿌리깊은 인종 차별주의까지 없애려는 당찬 소녀가 살고 있었다.

김아중처럼 성형수술은 생각지도 않는 키 작고 뚱뚱한 트레이시다.

뮤지컬로 더 잘 알려진 영화 '헤어스프레이'가 내달 6일 개봉된다.

원작은 1988년에 나온 영화이지만 2002년 뮤지컬로 각색돼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었다.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생 니키 블론스키가 트레이시 역을 맡았다.

작품의 마스코트인 트레이시의 헤비급 엄마 에드나는 30년 만에 뮤지컬 영화에 복귀한 존 트라볼타가 연기한다.

미셸 파이퍼나 크리스토퍼 월킨 등 쟁쟁한 배우들도 얼굴을 내민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만만찮은 주제 의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뚱녀 트레이시가 TV댄스쇼에 출연해 최고의 댄생퀸인 '미스 헤어스프레이'에 도전한다는 설정부터 코믹하다.

여기에 더할나위 없이 흥겨운 음악과 춤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트레이시가 자신의 꿈을 소개하는 '굿모닝 볼티모어'에서부터 다 함께 노래하는 엔딩곡 '유 캔트 스탑 더 비트'까지 재즈ㆍ소울ㆍ펑크ㆍ디스코 등 다양한 음악들이 온몸을 들썩이게 한다.

특히 트레이시와 에드나 모녀가 거대한 몸매를 휘저으며 부르는 '웰컴 투 더 식스티쓰'는 후렴구에 곧바로 중독될 정도로 압권이다.

가족을 돌보느라 몇년 만에 처음으로 외출하게 된 엄마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느껴져 마음까지 흐뭇해진다.

이 영화가 주는 통쾌한 행복감은 몇 배의 관람료를 더 내야 볼 수 있는 뮤지컬에 비해 더하면 더하지 결코 못하지 않다.

"21세기 들어 지금까지 나온 뮤지컬 각색 영화들 중 가장 재미있는 최고의 작품"이라는 미국 평단의 평가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시사회가 끝난 뒤에도 자리에 앉아 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오래 지켜보는 기자들이 많았다.

12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