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포이즌 필' 등 반대 권고

산업계 "적대적 M&A 되레 조장"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남용을 막기 위해 감독 당국이 마련키로 한 '펀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는 기관의 의결권 남발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관의 의결권 행사가 국내 기업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의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27일 자산운용협회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는 서울 여의도 증권예탁결제원에서 '자산운용사 의결권행사 개선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최근 관심이 집중된 '펀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금융감독위원회가 협회와 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를 통해 용역을 줘 마련한 것으로,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12월 중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가이드라인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기업의 적대적 M&A 방어 조항과 관련된 기관의 의결권 행사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배제와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s),독약증권(Poison Pills),초다수의결제,시차임기제 도입 등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대비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조항에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 어긋날 경우 원칙적으로 반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업들이 증자를 하는 등 법정자본금을 증가시키려는 제안,적대적 M&A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투표를 던질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아직 적대적 M&A 방어책이 법적으로 도입된 상태도 아닌 데다 도입 여부도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들로 하여금 이들 조항에 반대토록 권고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권 방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주주의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등은 사회적으로도 적지않는 논란거리"라며 "허용 여부 자체가 논란 대상인 문제에 대해 가이드라인에서 반대토록 명문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