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을 오가는 화물선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와 항공기에 비해 질이 낮은 원료를 때는 바람에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화물선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대기오염 문제가 지구촌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면서 유해 물질 배출량이 많은 선박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화물선이 사용하는 원료는 벙커유.이는 석유를 정제한 뒤 맨 마직막에 남는 '찌꺼기 원료'로 납과 바나듐 같은 유해 중금속을 함유한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다른 원료에 비해 훨씬 많다.

국제청정운송위원회(ICCT)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의 27%(2005년 기준)가 화물선 굴뚝에서 나온다.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과 함께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꼽히는 이산화황으로 인한 피해도 크다.

2005년 기준으로 유럽 근해를 오가는 화물선이 내뿜은 이산화황은 유럽 지역의 모든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의 50%에 육박한다.

화물선의 이산화황 배출량은 갈수록 늘어 2020년에는 육지의 이산화황 배출량을 웃돌 전망이다.

유엔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00t 이상의 선박들이 만들어낸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나라는 세계 6개국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선이 여전히 벙커유를 고집하는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벙커유 1t의 값은 500달러 정도로 디젤 트럭에 들어가는 고유황경유(MGO) 가격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