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正一(오정일) < 경북대 교수·문화산업 >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대선판의 네거티브 공세 속에 27일 새벽 날아든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성공 소식은 우리 국민들을 시원하게 한 낭보다.

올림픽,월드컵대회와 함께 세계박람회는 세계 3대축제로 분류되는 커다란 이벤트이면서 동시에 공공소비재다.

월드컵대회나 올림픽,세계박람회 등을 유치하면 유치 도시나 유치국에 상당한 크기의 경제ㆍ문화적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그 효과의 크기는 연구자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가져오는 경제ㆍ사회적 편익의 측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수시의 경우는 세계박람회 유치로 14조원의 생산과 9만명의 고용이 유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규모 이벤트를 유치하면 1차적으로 눈에 보이는 이득이 발생한다.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지방정부의 수입이 발생하고 2차적으로는 지역 내 투자,생산,고용,소비가 증가한다.

특정 지역에 이벤트가 열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물적(物的) 시설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와 고용이 유발되고 이는 소득과 소비의 증가로 연결된다.

또한 이러한 투자와 고용의 증가는 지속적으로 관련 산업들의 생산과 고용을 증가시킨다.

이처럼 막대한 선순환적 효과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중요한 이득이 있다.

소비자잉여(Consumer Surplus)가 그 예다.

여수시에 세계박람회가 개최되면 우리 국민들은 박람회장을 방문해서 직접 관람할 수 있다.

국민들은 자신이 지불한 입장료를 상회하는 효용을 얻는다.

이러한 효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간과(看過)되기 싶다.

세계박람회와 같은 이벤트 유치의 의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영국의 지멘스키 교수가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

대규모의 국제적 이벤트는 공공소비이자 축제다.

이벤트를 일종의 소비로 간주하면 이벤트 개최에 소요된 비용은 소비를 위해 지불한 가격이 된다.

비용을 투자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벤트 유치의 의의가 경제적 파급효과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여수시가 세계박람회를 개최함으로써 상당한 크기의 소비자잉여와 긍정적인 외부성(Externality)이 발생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국제적으로 도시 간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향후 도시마케팅 차원에서 국제적 이벤트를 유치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벤트를 축제로,관광객을 축제에 같이 참여한 관중으로 인식하는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한 대학의 신입생 면접 심사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유입의 장점과 단점을 논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장점으로 저임금 노동의 공급,우리 국민들이 기피하는 업종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는 점,그리고 농촌 총각들이 결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단점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국민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고 적었다.

이러한 답은 외국인을 우리의 경제적,사회적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이러한 인식이 비단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국제적 이벤트의 유치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이는 학생들의 답에서 보이는 인식과 유사하다 할 것이다.

우리의 국제화,개방화 과정이 단순히 부족한 노동력을 외국인 노동자로 보충하거나 외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우리의 문화적 자본(cultural capital)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수시의 세계박람회,대구시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등은 우리 국민이 외국인들과 더불어 축제를 즐기고 이를 통해 국민 의식의 국제화,개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러한 문화적 자본의 축적이야말로 경제적 파급효과보다 더 큰 국제적 이벤트 유치의 이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