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비자금 특검법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특검법이 숱한 문제를 갖고 있지만,자신이 재의(再議) 요구를 해도 국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법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많은 특검법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은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다.

당초 청와대가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데다 국회로부터 이송된 지 하루만에 수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 특검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 등을 거쳐 빠르면 내달 하순께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것 같다.

물론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지만 그로 인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국가기관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삼성그룹은 물론 국가경제 및 국가신인도 등에 어떤 충격을 몰고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확실한 증거도 없이 단지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략적 차원에서 특검이 결정된 것이 사실이고 보면 걱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누차 강조했지만 이번 특검은 문제점 투성이다.

검찰수사가 착수단계에 있는데도 특검법을 만든 것은 검찰 전체에 대한 불신에 다름아니다.

이미 재판이 끝났거나,재판 및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을 재차 수사한다는 것 또한 사법질서를 뒤흔드는 것이다.

그럴 듯한 의혹만 내세우면 어떤 기업도 특검의 칼날에서 피할 수 없다는 나쁜 선례까지 만들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경제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선진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우려(憂慮)되는 실정에서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가져올지 예측불허다.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의 경영활동은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툭하면 기업부터 매도하는 현실에서 기업에 대해 투자와 고용 창출에 앞장서라는 요구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치권과 정부는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한 기업가 정신이 결코 살아날 수 없다는 점을 명심(銘心)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