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씨티, 오일머니로 돌파구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충격으로 휘청대던 씨티그룹이 중동에서 건너온 오일머니를 발판으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을 끌어들여 허겁지겁 구성했던 임시 사령부도 곧 정상화할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75억달러(약 7조원)의 자금을 아부다비투자청(ADIA)으로부터 긴급 수혈받기로 합의했다고 27일 발표했다.

ADIA는 75억달러를 투입하는 대신 씨티그룹의 지분 4.9%에 해당하는 전환사채(CB)를 받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ADIA가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바꿀 경우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제치고 씨티그룹의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DIA는 4.9%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가 '경영권 확보'보다는 '순수한 투자' 차원에서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최근 11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상각,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하향 조치가 이어졌고 4만5000명을 감원할 것이라는 루머도 나돌았다.

경영 부실의 책임을 물어 찰스 프린스를 최고경영자(CEO)에서 밀어내긴 했지만 적당한 차기 수장을 찾는 데도 실패했다.

로버트 루빈과 윈 비숍 경으로 임시 지도체제를 구성했지만 씨티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이 기대 이하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끄떡없이 버틴 골드만삭스와 비교하는 굴욕적인 기사도 연일 쏟아졌다.

ADIA의 투자가 씨티그룹 입장에서는 벼랑 끝에서 간신히 잡은 구명줄인 셈이다.

ADIA가 투입키로 한 75억달러는 씨티그룹이 이달 초 자회사인 7개 구조화투자회사(SIV)에 긴급 수혈한 76억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ADIA의 도움으로 한숨 돌린 씨티그룹은 곧바로 기업 재건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현재 7.5% 밑으로 떨어진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주주들의 배당 축소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씨티 이사회는 차기 대표 선출 작업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찰스 프린스에 이어 씨티그룹의 임시 CEO에 오른 비숍 경은 "ADIA의 이번 투자에 힘입어 씨티그룹이 경영을 계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용어풀이>

◆아부다비투자청(ADIA)=아랍에미리트의 최대 토후국인 아부다비가 운용하는 국부펀드로 1976년에 설립됐다.

쿠웨이트투자청(KIA)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됐다. 자금 규모는 세계 최대라는 것만 드러나 있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된 적이 없다.

모건스탠리는 8750억달러, 스탠다드차타드는 2500억~1조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주식투자 비중이 최대 60%에 달하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에도 공격적인 운용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