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啓 炯(이계형) < 표준협회장 lgh@ksa.or.kr >

우리는 작은 일은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큰 성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하지만 세상에는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많다.남편들의 작은 손길이 김장의 수고를 덜어주고,영화나 드라마의 숨겨진 스태프가 있어 주인공이 빛날 수 있다.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도 환경 미화원이 있기에 제자리를 찾아간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들은 얘기다. 여성 CEO 한 분이 자녀들에게 어릴 적부터 정리 정돈하는 버릇을 들이면 커서도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설거지를 시켰다고 한다. 처음에는 세제도 많이 쓰고 수돗물도 마냥 틀어놓았지만,지금은 능숙한 솜씨로 깔끔하게 한다고 한다.일찍부터 허드렛일을 하면서 자란 자녀들은 집안 일이 힘들다는 것도 이해하고,인내와 근로의 가치,환경의 중요성을 배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협회는 지난 수십년 동안 표준ㆍ품질 기법이나 교육을 산업계에 보급해 오고 있다.그러다 보니 기업 현장을 많이 가보게 되는데,의외로 많은 기업이 현장의 5행(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 같은 기초적인 품질관리 활동조차 안 돼 있어 놀라곤 한다.기본적인 5행도 안 돼 있으면서 거창한 혁신 구호나 첨단 기법을 논의하는 기업도 있다. 저비용으로 손쉽게 기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소한 사안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그러기 위해 전 직원이 허드렛일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장인이나 명장도 그 출발은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충북에 있는 한 KS업체는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요란한 구호가 아닌'정리정돈 생활화'를 경영방침으로 정해 실천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직원들도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5행의 매력 때문에 지금은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국내 기업뿐 아니라 정리 정돈의 본산이라고 하는 일본 기업들조차 견학을 올 정도라고 한다.

허드렛일로 여겨온 정리 정돈이나 청소는 개선 활동과 더불어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품질관리의 기초 수단이다. 이 활동은 처음엔 잘 지켜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제자리에 놓고, 깨끗이 유지하는 습관이 전 직원의 몸에 배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기본적인 것이 안 되면 아무리 최신 생산 기법이라도 쓸모가 없다. 비록 작고 하찮게 생각되지만 이 세상에 허드렛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