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이 경쟁력이다] 나눔 펼치는 사회적 기업가들...극빈자 600만명 무담보대출 '홀로서기' 운동
그는 비록 따뜻한 가슴을 가졌지만 냉혹한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또 거리의 걸인들을 보며 가슴아파했지만 그들의 입에 숟가락을 넣어주지는 않았다.

대신 빈곤층과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갖도록 도와줘 스스로 척박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줬다.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그는 방글라데시 빈곤층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 세계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이다.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3년,그는 42명의 여성들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 대나무 의자를 만들어 팔지만 비싼 이자 때문에 수익을 못 낸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 여성들은 하루 종일 대나무의자를 만들어 미화로 하루 1인당 2센트를 버는 게 고작이었다.

이들이 빌린 돈은 모두 27달러.27달러에 42명의 생사여탈권이 달려 있는 셈이었다.

유누스는 여성들에게 무담보로 돈을 빌려줬고 여성들은 이 자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자선과 시장경제가 혼합된 나눔경영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운동의 시초로 1983년 설립된 그라민은행의 토대가 됐다.

지난해까지 이 은행에서 무담보 대출을 받은 극빈자는 600만명에 달하고,대출금 회수율은 100%에 육박할 정도다.

유누스 총재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식품회사 다농과 합작 요구르트회사를 설립하는 등 활발하게 나눔경영을 펼쳐오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정치가나 종교인들이 주로 받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며 제8회 서울평화상,마더 테레사상까지 받았다.

비즈니스위크는 올해 유누스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가 30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이 경쟁력이다] 나눔 펼치는 사회적 기업가들...극빈자 600만명 무담보대출 '홀로서기' 운동
사회를 따뜻하고 경쟁력 있게 가꾸는 '나눔의 영웅들'이 세계 도처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명예회장은 "효율과 투자를 강조하는 비즈니스 활동과 우리가 낸 세금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써달라는 압력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시민정신이 결합된다면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세운 '빌&멜린다재단'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비롯 스콜재단,리먼브러더스재단,화이자재단 등 22개 재단과 다수의 개인 기부자가 수백달러에서 수백만달러까지 모두 1억300만달러를 기부,나눔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이 재단은 2001년 사회적 기업 중 하나인 원월드헬스(One World Health)를 설립,저개발국 풍토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반 제약회사들이 수익성이 낮아 만들지 않는 약을 개발하고 그 약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즉 헌신적인 약학자와 국제적 기생충 전문가들이 신약을 개발하면 제조법을 현지공장에 무상이전하는 식이다.

덕분에 약품 가격을 크게 낮춰 돈 없는 취약계층까지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빌 게이츠는 "자본주의를 더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려 한다면 빈곤한 사람들도 껴안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이베이로 20억달러의 수익을 올려 미국 갑부가 된 제프 스콜은 벤처 사업가라는 명성을 뒤로 하고 사회적 기업가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1999년 2억5000만달러를 투자,설립한 스콜재단은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지구온난화 문제로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불편한 진실'은 스콜재단에서 만든 대표적 다큐멘터리 영화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도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항공(버진 에어라인) 여행 금융 호텔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전 세계에 2만5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그는 아프리카의 에이즈 말라리아 치료를 위한 클리닉을 설립했고 가난한 흑인들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브랜슨은 혈액암이나 백혈병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영국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보관할 수 있는 비영리 혈액은행인 버진 헬스뱅크를 만들어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버진연료를 만든 그는 10년간 30억달러를 투자해 친환경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