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주 요인으로 꼽히는 '행위별 수가제'를 '포괄 수가제'로 바꾸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제시된다.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충북 청원군 오송 생명과학단지에서 열린 5대 국책기관 신축청사 기공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 보험료를 6.4% 올리기로 했지만 건강보험의 재정 위기는 이처럼 보험료를 조금씩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지출 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포괄수가제 도입 일정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는 건강보험공단이 질병별로 또는 병원별로 진료비(본인부담금 포함)를 미리 정하는 지불 체계로 현행 행위별 수가제(진찰 투약 등 각각의 진료 행위별로 수가를 정하는 방식)에 비해 건보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다.

현재 포괄수가제는 정상분만 맹장수술 백내장수술 제왕절개 치질수술 탈장수술 등 발생 빈도가 높은 8개 질병군에 대해 진료비를 미리 정하는 방식으로 일부 의료기관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의료계 반발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변 장관은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 체계하에서는 의사 수나 병원 수가 증가하거나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 양이 늘어나면 자연히 급여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 자원에 대한 통제 수단이 거의 없는 정부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내 할 수 있는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나눠 12월 중순께 일정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건강보험공단 직영 일산병원에서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군별이 아닌 '병원별' 포괄수가제를 시범 실시해 병원별 포괄수가제 모델을 개발한 뒤 국·공립 병원으로 확대 적용하고 나아가 엄밀한 평가 과정을 거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판단될 경우 민간 의료기관으로까지 넓히는 쪽으로 진료비 지불체계 개편 중·장기 로드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 장관은 또 현재 병·의원과 약국,한의원 등 각 요양기관이 건강보험공단과 반드시 맺도록 돼 있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해서도 공단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평가해 선택적으로 계약을 맺는 임의 지정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