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투자청(ADIA)의 투자는 씨티그룹이 사업을 확장하는 기회를 갖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지난 26일 밤(현지시간) 씨티그룹의 임시 최고경영자(CEO)인 윈 비쇼프는 ADIA의 75억달러 투자소식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씨티그룹은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및 구조화 투자회사(SIV)와 관련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지난 9월 말 현재 자기자본 비율(기본자본 기준)은 7.3%.자체 목표인 7.5%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마당에 자본확충이 이뤄졌으니 이런 멘트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투자조건을 뜯어본 애널리스트들은 아연실색했다.

2년4개월 뒤 주식으로 전환하는 전환사채(CB)발행을 통해 75억달러를 조달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이 기간 동안 확정금리 연 11%를 준다는 게 문제였다.

2주 전 씨티그룹은 10년만기 채권을 연 6.125%에 발행했다.

그만큼 신용도가 좋은 덕분이다.

실제 씨티그룹에 대한 무디스의 신용등급은 'Aa2'로 세계 금융회사 중 가장 높다.

그런데 불과 2주 후 CB를 발행하면서 2배 가까운 금리를 준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더욱이 현재 미국에서 유통되는 '정크본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 9%다.

씨티그룹이 발행키로 한 CB보다 2%포인트나 낮다.

심하게 얘기하면 씨티그룹의 CB는 '쓰레기 채권'보다 못하다는 말이 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이 실제 조달하는 돈은 75억달러가 아닌 57억달러"라고 폄하했다.

11%의 이자(18억달러)를 빼면 그렇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씨티그룹이 즐겨쓰는 'Live Richly(부자로 사세요)'란 말을 'Borrow Richly(비싸게 빌리세요)'라고 바꿔야 한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자존심으로 여겨졌던 씨티그룹이 변방의 중동국가에 굽실거려가며 돈을 얻어 오는 게 못내 못마땅하다는 표현이다.

그것도 최대주주의 자리를 넘겨주면서 말이다.

물론 씨티그룹으로선 말못할 사정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세계 최대은행인 씨티그룹조차 '쓰레기 채권'을 발행하는 수모를 감수하는 것을 보면 정말 우리 금융회사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