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원화 및 달러화 자금 경색 현상이 심화되면서 채권금리가 0.24~0.25%포인트 급등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은행의 유동성 악화로 통화 및 금리 파생상품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연계거래에 사용된 채권과 국채선물 매도가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은행의 채권ㆍ스와프딜러들은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한국은행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아우성이지만 당국은 "돈을 풀어야 할 만큼 자금시장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며 채권시장의 쏠림현상이 문제"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리 왜 폭등하나

금리가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은행권의 자금경색 때문이다.

돈을 구하려는 곳은 많은데 제공하는 곳이 없으니 채권 값이 폭락하는 것이다.

그동안 채권금리는 예금에서 증시로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면서 은행들이 부족한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바람에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글로벌 신용경색 문제가 불거지면서 달러 차입길까지 막혔다.

은행들은 해외에서 직접 차입하거나 통화스와프(CRS)시장에서 보유한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달러자금을 마련해 왔는데 양쪽 모두 길이 막혀 버린 것이다.

CRS시장의 경우 계속되는 조선업체들의 선물환매도와 단기외채 급증을 우려한 한은의 외화차입 규제 강화 여파 등으로 달러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CRS금리(달러화를 빌릴 때 제공하는 원화고정금리,CRS금리가 낮으면 달러를 빌리는 비용이 비싸진다는 의미임)가 폭락했다.

CRS시장의 불안은 또다른 파생상품시장인 금리스와프(IRS)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상적이라면 채권금리와 CRS금리 IRS금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움직인다.

그런데 CRS금리가 폭락하자 각각의 금리차를 이용한 차익거래에 나섰던 은행 증권사 등이 손실을 보게 됐고 한꺼번에 손절매성 매도물량을 쏟아내면서 금리가 0.24~0.25%포인트나 폭등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예를 들어 현물채권이나 국채선물을 사고 IRS금리를 팔아놨던 기관들은 손실이 나자 보유하고 있던 현물채권이나 국채선물을 내다팔고 IRS금리를 되사는 반대거래에 나섰다.

28일 은행들의 경우 3년 만기 국채선물을 1만5859계약 순매도했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이 많이 매도할 경우가 2000~3000계약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이라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은행 "당국이 나서야 한다"

은행 딜러들은 이처럼 채권과 스와프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CRS시장에 개입해 부족한 달러자금을 공급해 CRS시장을 정상화시켜야 채권시장의 패닉상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파생상품 시장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시장의 균형이 깨지면 연쇄적인 파장을 피할 수 없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흥모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채권금리가 올라가는 요인이 있겠지만 심리적인 쏠림 현상에 기인한다"며 "채권금리 상승을 주의깊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