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가 미국 증시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27일 美 씨티그룹은 아부다비 투자청(ADIA)로부터 75억 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며 나스닥 선물과 아시아 증시가 살아났고, 28일 새벽 뉴욕 증시도 급등세로 마감했다.

미국 증시가 1차적으로 안정돼야 전세계 금융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소식은 일단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8일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오일머니의 씨티그룹 지분 매입은 美 투자은행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 투자 손실 고백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것이란 점과 美 금융주들의 반등 가능성 등 두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확대해석하자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해결하지 못했던 투자은행들의 자금 조달 문제에 오일머니가 숨통을 틔워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

따라서 시장 분위기 반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특히 이번 美 증시 조정의 핵심은 금융주와 부동산주들의 하락이었고, 그 중에서도 씨티그룹의 하락세가 단연 두드러졌었다"면서 "이번 ADIA의 투자는 씨티그룹의 가격 메리트에 베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씨티그룹의 주가는 경기 침체기인 지난 2002년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
이 연구원은 "씨티그룹의 전환사채를 매입키로 한 ADIA는 주가 하락보다는 중장기 상승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금융업종이 안정되면 미국 증시도 되살아날 것이라면서, 한국증시의 바닥 확인과 랠리재개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안태강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에 모처럼 제대로된 '에이스급 구원투수'가 등장한 것"이라면서 "신용위기 해소가 구체적으로 실현될 시기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금융기관과 글로벌 유동성의 주역이 만난다는 것은 지금의 위기가 당장 해소되진 않더라도 해결 과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 연구원은 "ADIA의 씨티그룹 투자로 유동성 공급과 시장기능 회복이라는 문제해결 과정의 첫단추가 채워졌다"면서 "다만 아직은 불확실성만 완화된 상태란 점에서 글로벌 증시가 단번에 방향을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주택 및 소비위축 가능성은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

따라서 불확실성 완화로 주가가 어느 정도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1900포인트 위에서는 현금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