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영등포구청 전철역 인근 주택가 진입로 이면도로에서 '주당포차'란 상호로 간이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성정자(59)입니다.

영등포구청 인근에서 감자탕집을 5년간 운영했으나 건물 내부의 사정으로 폐업을 한 뒤 지금 있는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던 치킨호프집을 인수해 새로 개업했습니다.

보증금 1000만원에 권리금 1600만원,월 임차료 70만원 조건으로 인수했습니다.

호프집에서 간이주점으로 업종을 바꿨지만 인수받은 시설을 그대로 쓰고,이름과 간판만 바꿔 영업하고 있습니다.

메뉴도 제가 잘하는 요리들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감자탕집을 운영하기 전에도 주로 한식당 방면에서 많은 일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점을 하면서 한 번도 이익을 많이 내본 경험은 없고,현상유지 정도만 해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가게를 운영한 지 벌써 2년6개월이 돼 가지만 계속 적자를 내면서 월세가 10개월 이상 밀려 건물주로부터 월세 독촉을 받고 있습니다.

개업 초기에는 둘째아들(27)이 가게에서 일을 도와줬고 아들 친구들이 찾아줘 하루 15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5만원 매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투자할 여력이 안 돼 답답합니다.

하루 10만원 정도의 매출만 유지해도 생활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인건비 개념으로 월 100만원 수준만 남으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심정입니다.

맞은편에 감자탕집이 있는데 저희도 감자탕집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게 나을까요?



상권과 입지는

환승 전철역 인근 주택가 스쳐가는 손님들 많아

이 가게는 환승역인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 5번 출구를 나오면 마주치는 주택가 진입로 이면도로에 위치해 있습니다.

영등포구청 역세권을 약간 벗어난 곳입니다.

경인고속도로에서 영등포구청 4거리로 향하는 우회도로에 인접한 터라 그냥 스쳐가기 쉬운 통행흐름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있지만 이 지역 상권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고 뒤편에 있는 다세대 주택 거주인구와 인근 상가 상주인구가 주요 고객층으로 중ㆍ장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소비수준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세대당 인구가 평균 2.5명이 안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오피스기능과 통근기능이 강한 상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권에서는 생활 관련 소비보다 입을 즐겁게 하는 업종군이 강세를 보입니다.

식사 중심보다는 술을 주로 파는 유흥음식점이 전체 외식업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지역 전체가 공장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특정 소비층이 상권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고,이 때문에 외부로 소비가 유출되는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영등포구청 상권도 몇년 전에 비해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접 상권인 오목교역 상권과 당산동 상권,문래동 상권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상권이 활력을 잃는 모습입니다.

최근 1년 동안 새로 문을 연 가게가 없을 만큼 정체된 모습이 뚜렷합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외부로부터의 신규 소비를 기대하기 힘들므로 현재의 소비기반을 토대로 아이템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앞으로의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가게 걸림돌은

호프집ㆍ 포차 분위기 뒤섞여 메뉴 너무 많고 가격도 부담

'주당포차'라는 상호에도 불구하고 메뉴는 점심식사를 위한 식사메뉴 위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여가지에 이르는 백화점식 메뉴 구성은 실내 포장마차 특유의 부담없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느껴집니다.

특히 식사메뉴와 안주류는 별 다른 전문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포차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한식집도 아니고 호프집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입니다.

메뉴 가격도 문제가 있습니다.

주고객층이 20대 젊은층이라면 3000∼5000원대의 부담없는 메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데 매출 순위 3위까지의 메뉴가 최소 1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젊은층을 단골로 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차라리 주변 직장인을 대상으로 가격보다는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는데 맛 역시 부족한 느낌을 줍니다.

지금의 시설은 이 가게의 이전 점주가 쓰던 치킨호프 시설로 포차의 부담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크게 늘고 있는 퓨전선술집과는 경쟁하기 힘든 인테리어 분위기입니다.

동선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있는 탁자와 의자의 배열도 답답한 느낌을 줍니다.

탁자는 호프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이고,의자는 다방이나 퓨전주점 등에서 사용하는 형태여서 고객에게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뻑뻑하게 열리는 출입문 위에 걸려있는 실로 묶어 놓은 명태는 물론 벽면에 붙은 오래된 여자그림,달력,화장실까지 전반적인 청결상태는 젊은층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장애로 작용합니다.

카운터 겸 주방으로 쓰는 공간이 노출돼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점주가 혼자 장사하는 데도 단골손님을 잘못 알아본다는 것은 고정고객 창출에 문제가 됩니다.


개선방안은

계란찜 무료제공ㆍ주방앞에 안주 진열로 포근한 情연출

점주가 고민하는 업종 변경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맞은 편에 있는 감자탕 전문점 역시 매출이 부진합니다.

고깃집 등으로 업종 변경을 하려 해도 환기 문제로 곤란합니다.

시설투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간판대로 포차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무엇보다 한식집인지 호프집인지 구분 되지 않는 메뉴에 대한 정리가 시급합니다.

실내포차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안주거리를 부각시켜야 합니다.

무침류와 구이류,전류,간단한 탕류 정도로 메뉴를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곰장어나 꽁치구이,한치나 오징어무침,닭똥집,닭발,오돌뼈볶음,소시지야채볶음 등의 서민형 안주거리를 중심으로 메뉴재편을 서둘러야 합니다.

고객층이 20∼30대 젊은 직장인이나 싱글족,연인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가 중심의 저렴하고 푸짐한 가격대 유지는 필수입니다.

모든 메뉴를 저가화하기보다는 포만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3000∼5000원대의 미끼상품을 개발해 처음 만족도를 높이고 추가로 안주를 시킬 수 있는 판매 전략을 펴는 것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주변의 공장근로자와 공무원 등 중ㆍ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메인 안주가 나오기 이전에 계란 프라이나 계란찜,장어 뼈튀김 등 원가부담이 적지만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 안주 개발도 필요합니다.

포차다운 매장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 아예 주방 앞쪽에 테이블 냉장고를 설치해 싱싱한 안주거리를 진열하는 것도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면 주인과의 대화도 원활해지고 따스한 '정'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대청소를 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유리창과 환풍기의 찌든 때를 제거해야 하고 출입구에 있는 주류냉장고에는 주류만 넣어야 합니다.

야채와 물수건 등 잡다한 물건은 식당 안쪽에 있는 냉장고를 활용해야 합니다.

포차는 기본적으로 탁자 간의 간격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탁자와 의자는 교체가 필요합니다.

8개의 탁자를 4개로 과감히 줄여야 합니다.

젊은 고객이나 직장인들을 위해 현재 쓰고 있는 탁자와 의자는 버리고 주로 포차에서 사용하는 드럼통형 탁자와 간이 의자로 바꿔야 합니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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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희 연합창업컨설팅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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