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 더 시티' '프렌즈' 'CSI NY'…. 뉴욕을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들이 눈을 다 망쳐 놓았다.

타임스퀘어,브로드웨이,자유의 여신상쯤으로 대변되던 뉴욕은 이제 식상해졌다.

여행객들은 뉴욕의 '홍대 앞',맨해튼의 '압구정동' 등을 찾아 나서고 있다.

틀에 박힌 다운타운을 벗어나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그들만의 거리를 만나 본다.

센트럴파크를 무작정 걷는 대신 겉옷을 훌렁 벗고 잔디 위에 한번쯤 누워 보고,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넌 뒤 언덕 위 산책로에서 적어도 30분은 이스트 강 너머 맨해튼의 마천루를 감상했다면 당신은 뉴욕을 제대로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명품거리인 5AV나 메디슨AV에서 하루 종일 쇼핑에만 몰두하는 '된장녀'이기를 거부하고 5AV 귀퉁이에 있는 뉴욕현대미술관 'MoMA'에서 오후 한때를 보냈다면 원숙한 뉴욕 여행의 시동까지 걸린 셈이다.

당장 14번가에 위치한 '유니온 스퀘어'에만 나가 봐라.뉴요커들이 바닥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거나,벼룩시장에서 무공해 채소를 사거나,체력 단련을 한답시고 발차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2007년 뉴욕의 진짜 풍경이다.

'뉴요커식' 뉴욕 구경은 맨해튼을 벗어나 동쪽 이스트강을 건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근 5년 사이 뉴욕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곳이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다.

기타를 둘러 멘 스니커 차림이 뮤지션들이 윌리엄스버그의 중심가인 베드포드 거리를 채우고 3,4층짜리 건물이 늘어선 골목 사이에 간판 허름한 클럽과 빈티지 숍들이 들어선 모습은 흡사 서울의 홍대 앞 거리를 연상시킨다.

윌리엄스버그에서는 최근에도 공장들이 새로운 갤러리나 클럽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젊은 아티스트의 그래피티(벽화)들이 계절마다 새롭게 거리를 채색하곤 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은 길거리에 포스터, 그래피티 등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약국,빵집 등의 벽면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윌리엄스버그의 타이 음식점 'SEA'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한 뒤 유명해졌으며 헌 옷을 사고 파는 매장인 '비콘스 클로짓'은 빈티지를 사랑하는 이곳 젊은이들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했다.

윌리엄스버그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선착장 일대를 예술 공간으로 개조한 덤보 지역과 이어진다.


브루클린에서 더듬은 예술의 향취는 맨해튼 서쪽,'현대미술의 아지트'로 불리는 첼시에서 더욱 세련되고 그윽해진다.

1990년대 이후 소호의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으로 허름한 창고형 밀집지역에 200여개의 갤러리와 갤러리 빌딩이 모여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부터 젊은 작가들의 실험작까지 수천종의 미술품을 대부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뉴욕에서 수준급 미녀들을 보려면 금요일 오후 5시 현대미술관 'MoMA'로 가라는 말이 있다.

미술관에 무료 입장하는 금요일 오후만 되면 늘씬한 미녀들이 한껏 차려입고 이곳으로 몰려든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이후 어디로 향할까.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나 '프랜즈'에서 봤듯 한껏 차려 입은 여인들은 주말 밤만 되면 색다른 거리로 뛰쳐 나온다.

뉴욕의 청춘들에게 가장 뜨거운 동네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첼시 남쪽의 미트 패킹이다.

미트 패킹(meat packing). 말 그대로 예전에 도살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200여개의 도축장과 푸줏간이 있던 지역으로 아직도 '달그락'거리는 돌길 옆에는 10여개의 창고가 남아 있다.

살덩이를 매달던 철제물의 흔적이며,칙칙한 핏물이 밴 에이프런을 두른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는 으스스한 동네는 토요일 밤만 이슥해지면 뉴욕에서 가장 늘씬한 미남미녀들로 채워진다.

미트패킹 거리에 나서면 '뉴요커들은 주말 밤을 위해 산다'는 말이 수긍이 간다.

미트패킹에서는 밤 11시만 넘으면 짧은 치마에 등이 훤하게 패인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클럽 입구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새벽까지 연출된다.

'ONO'나 '부다마' 등이 물좋기로 소문난 클럽들이다.

레스토랑 '파스티스'는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한 뒤 유명해졌다.

단 늦은 밤이 되기 전까지는 이들 클럽은 허름한 창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 도살장에서 관능적인 댄스를 즐기는 엽기적인 곳이 바로 뉴욕 맨해튼이다.

뉴요커식 뉴욕 구경은 브루클린의 롱아일랜드 시티에서 마무리짓는다.

롱아일랜드 시티는 단 두 개의 건축물로 떴다.

그래피티의 진수를 보여주는 '5Pointz'와 현대미술의 새 거점인 'P.S.1'가 그 주인공인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했다.

5Pointz는 젊은 그래피티 작가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실력을 뽐낸 건물로 눈을 짜릿하게 만드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건물 옥상에서 쓰레기통까지 빈틈없이 벽화으로 뒤덮여 있다.

길 건너 P.S.1는 뉴욕현대미술관 MoMA가 수리 중일 때 그곳을 대신했던 아트센터로 최근에는 MoMA에 비해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 중이다.

뉴욕은 마치 양파 같다.

구석구석을 보고, 즐기고, 쇼핑할 때마다 새로운 속살을 또 드러낸다.

명심해야 할 것 한 가지. 타임스퀘어의 관광객용 비싼 음식 대신 이스트 빌리지 뒷골목의 '블루 나인 버거'를 먹었을 때 진짜 뉴욕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글·사진=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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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2층 관광 버스 그레이라인‥ 한국가이드 탑승한 버스 운행해요

대한한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뉴욕까지 직항편을 운행한다.

약 13시간 소요.

뉴욕 시내 구경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된다.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1회 2달러. 7일 동안 버스, 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는 메트로카드(25달러)를 구입하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윌리엄스버그는 뉴욕 맨해튼에서 메트로 L선을 타고 베드포드역(Bedford)에서 하차한다.

미트패킹까지는 A,C,E 메트로를 타고 14번가에서 내리면 된다.

맨해튼의 2층 관광버스인 그레이라인에서는 올해부터 한국 가이드가 탑승한 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뉴욕 티켓 할인 대행 홈페이지'www.newyorktour.co.kr'에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 등을 싼값에 미리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