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가 한창 활성화됐던 2000년대 초.수도권 택지지구에서 나오는 분양권에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강남 재건축 아파트,땅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혀 총자산 50억원을 보유해 이른바 '큰손'이 된 A씨.국내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최근 1∼2년 정도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그는 쉬는 기간에 해외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고 심도 깊은 연구도 해봤지만,막상 직접투자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A씨가 거래 중인 은행 프라이빗 뱅킹(PB)센터를 통해 최근 해외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 방식으로다.

투자대상 지역은 웨일즈.그가 투자한 상품은 한 시중은행의 PB센터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한 것으로,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 재개발 사업 '웨일즈SA1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였다.

이 은행은 목표수익률로 고객들에게 연 20%를 제시했다.

"직접투자하라고 했다면 위험성이 높아 투자를 하지 못했겠지만,시중 대형은행이 추천하는 상품인 만큼 떼일 일은 없겠다 싶어 투자하기로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와 마찬가지로 해외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고 여력도 있지만,투자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망설이는 사람들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게 바로 사모펀드를 이용한 간접투자 방식이다.

은행 PB센터 등에서 불특정 소수에게 판매되는 해외부동산 사모펀드는 A씨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금융회사가 중간에서 상품의 안정성을 보장해준다.

때문에 직접투자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요즘 조성되고 있는 부동산 사모펀드는 통상 투자자를 30인 정도로 제한하고 있으며,총 투자금액은 100억~150억원 선이다.

개인이 한 번 투자할 때 평균 3억∼5억원 정도의 투자금이 소요되는 셈.대부분 개인 투자자가 단독으로 나서기보다는 은행 증권 등 기관투자가와 함께 펀드를 구성하며 이때 기관과 개인의 투자 비율은 7 대 3 정도다.

2000년대 초반에 많이 설정됐던 부동산 사모펀드는 주로 기관투자가들끼리 투자하고 투자대상도 국내 부동산에 한정돼 있었다.

그랬던 게 최근 들어서 모집대상과 투자대상이 각각 개인과 해외부동산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해외부동산 사모펀드는 대부분 국내 부동산펀드와 마찬가지로 대형 부동산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여해 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상업용 부동산을 분양받아 임대를 놓은 뒤 수익을 나눠 갖는 에퀴티 펀드(수익 배분형펀드)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하나은행이 웰스매니지먼트(WM) 센터를 통해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 택지 개발사업에 투자한 사모펀드의 경우 총 102억원이 모집됐다.

이 펀드는 연 13.0%의 수익을 보장하며 개발이 완료된 이후 매각될 경우 차익을 추가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최근 들어 이머징마켓으로 진출하는 사모 부동산펀드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꼽힌다.

이 지역은 선진국 시장에 비해 위험성은 다소 높지만 이머징 시장답게 수익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보통 현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되며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분양,임대 후 수익까지 고려해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물론 해외부동산 사모펀드가 가지고 있는 단점도 있다.

사모형태라는 펀드 특성상 투자자모집 과정이 매우 폐쇄적이어서 투자 여력이 되더라도 투자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최근 들어 해외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사모펀드를 통한 해외투자의 기회도 점점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