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본격적인 이슬람 금융 유치에 나섰다.

이슬람 자금을 끌어 모아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현지시간)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과 존 창 금융장관이 이슬람계 자금의 홍콩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앞으로 몇 달간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은 이미 지난 7월 이슬람율법(샤리아)에 부합하는 금융상품 개발과 관련 법규 제정을 위한 실무팀을 구성했다.

이번 방문도 이런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창 장관은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홍콩을 이슬람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콩이 이슬람 금융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슬람식 금융상품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샤리아에 맞는 상품과 제도를 구비할 경우 끌어들일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판단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 따르면 전 세계 이슬람 금융의 잠재적 시장 규모는 4조1880억달러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세계 최대 회교국인 인도네시아가 6150억달러로 가장 크고 중동(5150억달러) 유럽(4690억달러) 터키(4200억달러) 북아프리카(3370억달러) 등의 순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이슬람 자금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도 홍콩의 발걸음을 재촉한 요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회교국인 말레이시아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말레이시아에는 현재 이슬람식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회사가 49개에 달한다.

이슬람 금융에 발을 담그고 있는 전 세계 50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1993년부터 일반은행의 이슬람창구 설립 허용,이슬람 전업은행으로 전환 장려 등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홍콩도 일차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말레이시아를 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슬람 자금 유치를 위한 홍콩의 노력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 나라보다 시장 친화적인 법률 제도를 갖고 있는 데다 세제도 단순해 이슬람 금융 중심지로의 변신이 수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홍콩 주재 아랍상공회의소의 에드윈 히티 회장은 "홍콩은 이슬람 투자 유치에 좀 늦은 편이지만 이를 만회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을 바라보는 이슬람 자본의 시각도 우호적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암이슬라믹 뱅크의 아마드 자이니 오트만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은 비즈니스 환경이 우수한데다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 본토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이슬람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