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곧 여든두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해가 되었지만,그 어느 때보다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난 9월 프랑스 보농의 시골집에서 아내와 함께 동반 자살한 유럽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언론인인 알드레 고르(84)가 생전에 아내를 위해 쓴 편지의 첫부분이다.

'D에게 보낸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임희근 옮김,학고재)는 고르가 자살하기 1년 전 불치병으로 고통받아온 아내 도린(83)에게 보낸 연서다.

사회활동을 모두 접고 20년 이상 아내의 간병에만 매달려온 그는 아내와의 첫 만남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한 통의 긴 편지에 담았다.

아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괴로워하며 "우리는 둘 다,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던 그는 죽음으로써 연서를 마감했다.

92쪽,85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