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전기업체를 경영하는 L모 사장(58).한때는 강철 체력을 자랑했지만 최근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업무상 스트레스와 잦은 술자리가 원인이다.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절반가량이 지방간과 비만으로 인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반 30세 이상 남성보다 흡연율이 낮고 규칙적으로 운동하지만 음주량이 20%나 많고 열량 섭취도 과잉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이 30일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와 공동으로 2006년 1월~2007년 6월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고객 중에서 CEO로 분류되는 △280여개 대기업ㆍ중소기업ㆍ다국적 기업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 633명 △부이사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 45명,경제단체 임원 6명 등 총 684명의 검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 검진 대상자의 지방간 보유 비율은 51.0%에 달해 의학계가 추정하는 성인 평균 28.5%보다 월등히 높았다.

비만한 CEO 역시 46.0%로 일반의 35.2%보다 높았다.

업종별로는 정유ㆍ가스 등 에너지산업을 이끄는 CEO들이 △지방간 66.7% △비만 61.9%로 가장 심했다.

CEO와 공직자의 흡연율은 25.2%로 일반(52.3%)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흡연자의 1인당 하루 흡연량은 19.1개비로 요즘 낮아지는 국민 평균 흡연량(15개비 안팎)에 비해 25%가량 많았다.

건강관리를 위해 매주 3일 이상,한 번에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는 '규칙적 운동군'은 44.3%로 일반(21.8%)의 두 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운동 강도가 낮은 골프 등을 즐기는 데다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이 모자라 기대하는 만큼 건강 증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CEO들의 운동 종목은 골프가 25.4%(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고 걷기 체조 등 가벼운 유산소운동이 22.5%,헬스클럽이나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근력운동이 12.1%를 차지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