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이렇게 달라졌다] 주주중시 지배구조… 유연해진 노동시장…
영미(英美)식 경영을 접목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변화상은 기업지배구조와 노동시장,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에서 뚜렷하게 감지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먼저 주주에게 득이 되느냐를 따져 인수합병(M&A)이 결정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지배구조의 변화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가 카메라 제조업체인 펜탁스에 대한 호야의 M&A 시도다. 펜탁스 이사회는 같은 일본 기업인 호야와 M&A를 진행하다 지난 4월 협상을 추진하던 사장을 퇴임시키며 돌연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일본 투자펀드 스팍스그룹이 다시 사장을 복직시키고 M&A를 재개하도록 했다. 호야의 M&A 조건이 너무 좋아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반대로 지난 2월에는 이치고 자산관리가 철강업체인 도쿄 고테츠와 오사카철강의 합병 추진을 좌절시켰다. 합병안이 이치고를 비롯한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합병안을 중단시킨 첫 사례로 관심을 모았다.

대주주들도 이제는 배당금 증액과 실적에 따른 경영자 물갈이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유 비율이 1990년 5%에서 지금은 28%로 확대돼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M&A 컨설팅 회사인 레코프의 니와 쇼이치는 "일본이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가져다 주는 혜택에 감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산을 인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리스트럭처링을 완성하는 진정한 M&A가 본격화되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으로 '종신고용'이 특징이던 일본의 노동시장이 한결 유연해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평생 직장'에 목을 매고 있는 직장인이 여전히 많지만 한창 일할 나이에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샐러리맨도 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 시작된 이런 조류는 다른 산업부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외국 기업으로 옮겼다가 훨씬 더 좋은 조건과 직위로 다시 일본 기업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상한가를 치는 시대가 됐다. 일본 헤드헌팅 회사인 콘 페리의 후쿠시마 사키에씨는 1990년대에는 10% 정도만이 자신의 스카우트 제의에 응답했는데 지금은 이 비중이 70~80%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도 왕성하다. 대기업에서 면면히 이어지는 개선만으로는 기술혁신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신생 벤처를 만들자는 기업가정신이 꽃을 피우고 있다. 1997~2004년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매년 99개로 1980년대 10년간의 연평균 26개,1990~96년의 36개를 훨씬 능가했다. 2001~2005년 상장한 기업도 747개로 미국의 617개를 웃돌았다. 신생 벤처의 활약은 모바일 기술,광학,로봇공학,디지털 애니메이션,비디오 게임 등 일본이 강점을 갖는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