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실소유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BBK의 실제 주인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라는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진술이 30일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1990년대 후반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에서 김경준씨와 함께 일했고 BBK의 등기이사를 맡기도 했던 홍종국 전 e캐피탈 대표(48·현 다인벤처스 대표)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면계약서의 작성 시점인 2000년 2월21일에는 e캐피탈이 BBK의 지분 49%를 갖고 있어 이 후보가 BBK 지분 100%를 김경준씨에게 매각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도 이 후보의 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가 어떤 경위로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김재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BBK투자금은 이덕훈씨 돈"

홍 전 대표는 "BBK 투자금 30억원은 이덕훈 전 흥농종묘 회장의 돈"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e캐피탈은 1999년 9월 BBK에 이 전 회장의 돈 3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1~2개월 뒤 지분의 50%를,2000년 2월28일 이후에 나머지 절반가량을 각각 김씨 측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이 후보를 개인적으로 전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e캐피탈의 설립자인 이 전 회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BK에 대한 투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홍 전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이 후보와 BBK 사이에 관계가 있었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같은 진술은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김경준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씨는 2000년 2월21일 이 후보로부터 BBK 지분 100%를 49억9999만5000원에 사들였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홍 전 대표는 또 BBK 창업과정과 MAF 투자금 유치에 대해서도 김경준씨와는 상반된 진술을 내놓았다.

BBK 창업은 살로만스미스바니 동료인 김경준 오영석 이보라씨의 구상이었으며,삼성생명과 오리엔스캐피탈로부터 투자금을 100억원씩 유치한 당사자도 오영석씨와 김씨 본인이라는 주장이다.

◆신당 측,"홍 전 대표 거짓말한다"

이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홍 전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한 진술마저 번복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당 측 정봉주 의원은 "홍 전 대표는 e캐피탈과 BBK가 지분 관계를 청산한 시점이 2000년 2월28일 이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1999년 9월 BBK에 투자해 3개월 정도 후(1999년 12월)에 합작관계를 청산했고 처음 투자금액도 15억원(김씨와 50 대 50)이었다'고 증언했다"며 이 후보가 이후 BBK 지분을 인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당 측은 또 "홍 전 대표가 스스로 오리엔스캐피탈의 투자금 100여억원을 MAF펀드에 유치해 줬다고 하는데 조봉연 오리엔스캐피탈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BBK에 투자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고,김경준씨 누나인 에리카 김은 미국 LA에서 "홍 전 대표는 매수된 증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발표 수위 놓고 고민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전 회장과 홍 전 대표 및 이 후보와의 관계를 조사하는 한편 e캐피탈의 BBK 투자금 관련 계좌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홍 전 대표가 29일 프랑스로 출장을 떠났으며,조 회장도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 뒤 귀국하지 않는 등 핵심 참고인이 줄줄이 잠적,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내주 초께 발표할 중간수사 내용은 더 큰 고민거리다.

홍 전 대표와 이 전 회장 측 주장이 맞다면 검찰은 김경준씨 주가조작 및 384억원 횡령혐의만 발표하고 이 후보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핵심 참고인이나 이 후보에 대한 서면 또는 소환 조사 없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면계약서나 이 후보 도장의 진위 등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부분에 대해선 실체를 밝히되 이 후보와 관련해선 "앞으로 계속 수사하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혜정/이준혁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