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

유대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생활 양식과 투자 성향 등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히라는 얘기다.

최근 미국에서 부자들의 투자 성향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거부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로 돈을 불린다는 것이다.

흔히 부자일수록 보수적 투자를 선호한다는 일반적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이에 비해 한국의 부자들은 보수적인 편이다.

한국 부자들도 조금 더 공격적인 포트폴리오(자산배분)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스펙트렘 그룹이 최근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을 제외한 개인 자산이 2500만달러(약 230억원) 이상인 미국의 '울트라 부자'들 가운데 41%는 자신들을 '공격적(33%)' 또는 '아주 공격적(8%)' 투자자라고 밝혔다.

'리스크(위험) 없이 고수익 없다'는 투자 격언을 그대로 따르는 셈이다.

반면 자산 500만~2500만달러를 보유한 부자들은 24%만이 자신들을 '공격적(20%)' 또는 '아주 공격적(4%)' 투자자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컨설팅회사인 캡제니미가 2003~2006년 4년 동안 '세계 富 보고서'(World Wealth Report)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메릴린치와 캡제니미는 금융자산 3000만달러 이상의 부자들을 '울트라 백만장자'라고 규정, 이들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투자 손실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 투자를 한다고 분석했다.

울트라 백만장자들의 공격적인 투자성향은 '대안 투자' 비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지난해 전체 투자액의 4분의 1 정도를 대체 투자 상품인 헤지펀드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

또 투자 정보가 적어 개인들은 엄두를 못 내는 신흥시장이나 원자재 시장 등에도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금융자산 500만~3000만달러를 보유한 '보통 부자'들은 대체 투자 상품에 자산의 20%만 투자했다.

스스로 울트라 백만장자이자 월스트리트의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막스 권터는 "진짜 부자들은 위험 없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부자들은 정반대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주거지와 소비재를 제외하고 최소 100만달러(9억30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은 조사대상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8개국 부자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냈다.

한국 부자들은 전체 자산 가운데 35%를 현금과 예금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27%) 싱가포르(11%) 홍콩(10%) 부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특히 한국 부자들의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42%로 아·태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주식 비중은 13%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였다.

사모펀드 상품투자 미술품투자 등 대안투자 비중도 6%로 호주와 더불어 조사대상국 중 가장 낮은 편이었다.

은행의 한 PB(프라이빗뱅커)는 "최근 한국에서도 신흥부자와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펀드투자나 이익배당 등을 중심으로 하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부자들의 투자도 서서히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유병연/안정락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