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컨디션이 가장 좋은 류현진, 박찬호 두 선발 투수를 잇달아 투입하는 초강수로 대만에 진 빚을 꼭 설욕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

김 감독과 선동열 수석코치는 1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시작된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아시아예선 대만과 1차전에서 선발 류현진이라는 '깜짝 카드'를 택했고 6회부터 박찬호를 투입, 뒷문을 막는 '지키는 야구'로 대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대만은 그동안 박찬호 또는 좌완 전병호를 선발로 예상했으나 좌완 류현진이 나오자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해 준비에 소홀한 모습을 노출했다.

류현진의 이날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한국보다 마운드가 높은 탓인지 1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첫 타자 후친롱을 상대로 볼 2개를 연속으로 뿌렸다가 우전 안타를 맞고 곧바로 위기에 몰렸다.

1회 2사 2루에서 첸징펑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줬는데 첸징펑이 바깥쪽에 잘 떨어지던 변화구를 엉덩이가 빠진 상태에서 잘 때린 타구였다.

류현진은 1회에만 안타 2개를 맞고 고전했을 뿐 2,3회 연속 삼자범퇴로 한 숨을 돌렸고 4회와 5회에는 각각 볼넷과 내야 안타로 주자를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5이닝 4안타 탈삼진 4개, 2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는 68개.
직구 제구가 안돼 포수 박경완과 변화구에 초점을 맞췄고 장기인 바깥쪽 체인지업이 3회부터 통하면서 장타를 맞지 않고 팀이 역전승을 올리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이종욱의 홈런포로 3-1로 전세를 뒤집은 6회 무사 1루에서 바통을 이어 받은 박찬호는 2사 후 장타이산에게 우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고 1점(류현진 자책점)을 내줬지만 빠른 볼과 관록으로 대만 타선을 잠재웠다.

7회 2사 1루에서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 출신 후친롱을 삼진으로 잡은 공은 이날 양팀 투수 중 가장 빠른 147㎞를 찍었다.

8회 2사 1,3루에서는 가오궈칭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마지막 위기를 벗어났다.

3이닝 4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성적. 그러나 이날 49개를 던져 박찬호가 2일 일본전 등판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장원삼과 정대현도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대만 타도에 큰 힘을 보탰다.

(타이중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