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복수노조 인정" 논란

같은 회사 안에 설립된 노동조합이라도 그 조직 대상이 다르다면 일부 직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를 세워도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는 현행법상 2009년 말까지 금지돼 있는 복수노조의 설립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헌)는 2일 산별노조인 서비스·유통노동조합이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롯데칠성 등이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한다"며 롯데칠성과 해태음료,동아오츠카 등 식음료 회사 3곳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롯데칠성과 해태음료의 노조는 영업직 근로자를 조직 대상에 포함하지만 이들 회사의 영업직 근로자들은 가처분 신청 이전에는 기존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기존 노조가 영업직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교섭권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이들 회사의 기존 노조는 영업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유통노조와는 조직 대상이 다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노동조합법 부칙 제5조 1항은 2009년 말까지 기존 노조와 조직 대상을 같이 하는 새 노조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서 말하는 조직 대상은 형식적인 규정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각 노조 구성원들의 실체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롯데칠성 등이 기존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이 이미 전 직원에게 적용돼 이들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지 않아도 영업직 사원들에게 손해될 것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 회사가 영업직 사원들에게 노조의 탈퇴를 요구하고 있어 노조가 존립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며 가처분 결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동아오츠카의 경우도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에 영업직 근로자를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어 서비스·유통노조가 복수노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설립된 서비스ㆍ유통노조는 이들 3개 회사에 근무하는 영업직 근로자 163명을 대상으로 산하에 식음료유통본부를 결성한 뒤 회사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가 '복수노조'라며 거부당하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 홍보실의 성기승 팀장은 "노동부로부터 이들 노조가 복수노조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결정문이 오는 대로 이의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