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살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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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K마트 조끼를 입은 청년이
주차장 계단에,
먹다 남은 빵 조각과
앉은 잠을 자고 있었다.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세 칸 계단에 묻어 있는 곤한 잠을
쓸지 않고 살며-시 지나갔다.
-김주대 '살며-시' 전문
한 젊음이 지쳐 잠들어 있다.
먹다 남은 빵 조각이 있는 것을 보니 허기와 졸음이 한꺼번에 밀려온 것 같다.
청소하던 아주머니는 아들 같은 청년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지나간다.
이불이 있었으면 덮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주차장 계단에서 잠깐 동안 펼쳐진 정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삶은 원래 고단한 것이다.
그 고단함을 덜어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이유나 목적 없이,한 사람이 또 한 사람에게 건네는 선의는 비할 수 없이 값지다.
그로 인해 세상은 윤기가 흐르고 살 만한 곳으로 바뀐다.
여기 그런 선의가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