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 끝이 없다.

끝났나 싶으면 다시 나타난다.

연초 서브프라임 파문은 모기지회사들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지난 8월엔 헤지펀드들을 청산시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골을 깊이 패이게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괴물'은 10월 말 다시 나타나 글로벌 금융시장을 다시 한번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긋지긋할 정도다.

서브프라임 파문은 미국과 유럽 일본을 거쳐 국내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채권시장이 요동을 친 근본원인도 다름아닌 서브프라임 탓이었다.

다시 나타난 신용경색현상으로 돈줄이 마르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한꺼번에 처분한 것이 요인이 됐다.

서브프라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으로 여겨졌던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도 더 이상 무풍지대가 아님이 증명됐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파문이 언제 끝날지 도통 모른다는 점이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걸 보면 생각보다 길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장기화된다는 것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주택경기 및 경기전체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임을 의미한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제3차까지 번진 서브프라임 파문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신용도가 좋지 않은 사람이 빌리는 대출이다.

프라임 모기지보다 금리가 2~3%포인트가량 비싸다.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집을 장만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고꾸라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비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브프라임 연체가 많아졌다.

금융회사들의 부실은 커졌고,이는 증시 및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서브프라임 파문의 골자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1차로 금융시장에 타격을 준 것은 지난 2월 말.HSBC가 서브프라임 부실 규모가 20%에 달한다고 고백한 것을 비롯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전문업체들이 줄줄이 항복선언을 하면서부터다.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업체인 뉴센추리파이낸셜이 파산을 선언하는 등 서브프라임 전문업체들이 나가 떨어졌다.

와코비아은행 및 대형 은행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부문이 문을 닫은 것을 비롯해 서브프라임 전문업체 40%가량이 영업을 중단했다.

이때만 해도 피해는 모기지회사에서 그치는 듯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예의 주시할 뿐' 대책이 없었다.

금융시장에 대한 파장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6월 말부터 시작된 2차 파문은 달랐다.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2개 헤지펀드를 청산시킨 것이 시발점이었다. 8월 초 BNP파리바가 운용 중인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위기는 극대화됐다.

유럽 및 호주의 헤지펀드들이 직적접인 피해를 봤다.

1차 파문이 모기지를 취급한 모기지회사에 타격을 가했다면 2차 파문은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된 자산담보부증권(CDO)에 투자한 펀드와 금융회사들에 피해를 줬다.

FRB는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내리는 등 시장안정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도 FRB와 보조를 맞춰 파문은 진정되는 듯 보였다.

3차 파문은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 대형 금융회사들에서 터졌다.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4분기에도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발표하자 금융시장의 충격은 컸다.

금융회사들이 돈을 빨아들이면서 단기자금시장은 고갈됐다.

금리는 뛰어 오르고 외환시장 및 다른 나라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3차 파문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영향받는 글로벌 시장

서브프라임 파문은 어떻게 보면 미국의 문제다.

그런데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것도 거의 동시적으로 말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 금융위기와는 분명 다르다.

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글로벌 금융체제가 가져다 준 새로운 현상 때문이라지만,앞으로의 파장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경로는 두 갈래다.

하나는 세계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가 직접 피해를 입은 경우다.

HSBC는 34억달러를 손해봤으며 바클레이즈도 27억달러를 털어냈다.

독일의 은행과 호주 등의 헤지펀드는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 규모가 지난 6월 말 현재 8억426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연쇄 작용에 의한 영향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통신수단의 발달과 파생금융상품의 발전으로 급속히 통합됐다.

풍부한 유동성은 돈이 되는 지역이면 언제 어느 때고 넘나든다.

그러다 보니 한 지역의 유동성 고갈은 다른 지역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나타난 한국 국채시장의 파동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모기지 피해를 충당하기 위해 해외지점으로부터 자금을 끌어 당겼다.

그러자 해외 금융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국고채를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았다. 국고채 금리는 폭등(가격 폭락)했다.

이는 결국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서브프라임 파문은 금융시장이나 외환시장을 통해서만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거의 단일화돼 있어서다.

그런 만큼 서브프라임 파문이 계속될수록 한국을 비롯한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글로벌화와 함께 리스크도 글로벌화됐다는 얘기다.

◆3차로 끝일까

지난 10월9일 다우지수는 14,164.53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씨티그룹이 3분기 순익이 6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한 날이었다.

씨티그룹의 순이익 대규모 감소발표는 곧 '서브프라임 파문의 끝'으로 받아들여졌다.

금융회사의 서브프라임 손실이 반영된 만큼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해석에서다.

그러나 웬걸.손실은 '새발의 피'였다.

4분기에 더 많은 상각(손실 처리)을 실시해야 한다는 금융회사들의 고백이 꼬리를 물었다.

지난 3분기까지 500억달러에 달한 금융회사의 손실은 내년엔 1500억달러(도이체방크)에서 3000억달러(경제협력개발기구ㆍOECD)에 이를 것이라는 다양한 추산이 나왔다.

더욱 큰 문제는 내년에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올해보다 더 많다는 점.내년에 금리가 올라가는 '변동금리부 모기지(ARM)'는 3620억달러에 달한다.

미 금융회사들은 금리를 올리지 말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 금리동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들 중 상당수는 부실로 변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그동안 금융시장의 복병으로 지목되던 구조화투자회사(SIV)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HSBC는 450억달러를 들여 SIV 자산을 떠안기로 했다.

SIV의 잔액은 3200억달러.이들 대부분은 당장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어 이를 은행들이 떠안을 경우 유동성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서브프라임 파문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코노미스트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용위기는 이제 중간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의견이 78%에 달했을 정도다.

만일 또 어떤 문제가 돌발적으로 불거질 경우 서브프라임 파문은 4차,5차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예고된 위기는 그 위력이 반감되지만 말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