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 A사는 지난 8월 광주 광역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이버모델하우스를 개설했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경쟁업체가 얼마 후 인근 지역에서 A사 사이버모델하우스와 거의 똑같은 형태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활용한 모델하우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오랜기간 연구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경쟁사가 사이버모델하우스를 보고 이를 그대로 베낀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사이버모델하우스 '보안 비상'이 걸렸다.

사이버모델하우스를 통해 신규분양주택의 내부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인기를 끈 주택의 실내 인테리어와 평면구조를 모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모델하우스는 작년 3월 판교신도시 분양 때 시범실시됐고,이후 작년 12월부터는 수도권 모든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에 대해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있다.

기존 실물 모델하우스에서는 내부 촬영을 금지해 인테리어 현황과 평면구조 등의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었으나 사이버모델하우스는 속수무책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이버모델하우스 개장 시 마감재의 사진,제조업체,모델명 등의 정보를 담은 목록표 게재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밀한 정보 유출이 매우 쉽게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잘 꾸미기 위해 욕실 타일 하나도 몇 번씩 뗐다 붙였다 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며 "따라서 각종 마감재 활용 지침과 인테리어 설계는 사실상 해당 업체의 지식재산권에 다름없는데 이 같은 것들이 그대로 밖으로 새나간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수요자들의 상품 선택에 대한 알권리 충족만큼이나 업체들의 주택 디자인 보호 방안도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