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것은 디자인경영 방식을 통해 조직의 비전을 명확하게 구체화했기 때문입니다."

토머스 락우드 미국 디자인경영학회(DMI) 회장은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함께 삼성전자의 디자인경영 사례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조만간 연구가 완료되면 이 내용을 세계 디자인 교육기관 등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경영의 구체적인 모델을 여럿 제시해 디자인경영계의 '구루'로 꼽히는 락우드 회장은 지난달 29~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디자인코리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락우드 회장은 삼성전자를 디자인경영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은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가 운영하고 있는 버추얼(가상) 스튜디오를 근거로 들었다.삼성전자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과 미래에 생산할 수 있는 제품 등을 한데 모아 놓은 이 스튜디오가 이 회사의 비전을 뚜렷하게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

락우드 회장은 "디자인경영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회사의 매출액을 늘릴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시각화'를 통해 통합적인 비전을 구성원 하나 하나에게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은 지난 10년간 이 같은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 왔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팟과 같이 혁신적이면서도 회사의 정체성을 뚜렷이 보여주는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그는 "애플과 삼성은 다르다"고 지적했다."애플의 생산 품목은 노트북 MP3플레이어 등 비슷한 고객층을 상대로 하고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기 쉽지만 삼성전자의 제품은 너무나 많아 애플처럼 혁신성을 과시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다.락우드 회장은 디자인경영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전문 디자인 업체에 컨설팅을 맡기는데,컨설턴트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일을 잘 처리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가 결과물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디자인 목표를 외주 업체에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디자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경영자라 하더라도 최소한 '왜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지향이 뚜렷하고 좋은 디자인을 기다릴 수 있는 자세가 갖춰져 있다면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성공적으로 디자인경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