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삼성전자의 '안방시간 알리미' 광고가 전 세계 198개국 2억8000명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3년 6월 미국 뉴스채널 CNN을 통해 글로벌 '시보(時報) 마케팅'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10월부터 영국 국영방송인 BBC에 하루 5번 시보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것.

이 회사의 시간알리미 광고는 1987년 첫 전파를 탔다.

당시 광고는 밤 9시에 시작하는 뉴스의 시작을 알리면서 "삼성시계 돌체가 9시를 알려드립니다"라는 멘트로 잠재고객인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10년 뒤인 1997년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시보광고의 모델이 돌체에서 휴대폰 브랜드인 '애니콜'로 바뀌었다.

안방시장에서 시간 알림 광고로 재미를 본 삼성은 밖으로 눈을 돌려 2003년 6월 CNN방송에 시간 알림 광고를 선보인다.

광고내용은 국내와는 다르다.

CNN이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방송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멘트대신 아름다운 영상을 제공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

2004년 9월부터 방영돼 온 시보광고엔 아예 '소리'를 없앴다.

대신 아일랜드의 호수,칠레의 활화산 등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용했다.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20초간이라도 휴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5월부터는 시보 마케팅을 사회공헌 활동과 접목시켰다.

케냐의 육상 꿈나무 어린이 후원 사업을 시보광고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CNN방송의 시보광고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전문회사인 TNS가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미국과 독일 지역에서 총 780명의 25~49세 직장인을 대상으로 벌인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비해 6%포인트 높아진 70%에 이르는 인지도를 기록했다.

브랜드 신뢰도 역시 지난해 41%에서 올해 51%로 10%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은 지난 10월 BBC와 시보마케팅 계약을 체결하는 촉매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표준시각'을 알려주는 용도로 쓰이던 시보광고를 감동의 시간과 여유를 주는 글로벌 광고로 전환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