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후보는 지지율이 1% 안팎에 머무르는 군소후보다.

그런 그에게 압도적 지지율 1위를 기록중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지지율 2위인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모두 극진한 공을 들였고, 한나라당과의 후보단일화 선언이 임박해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얼마 안돼 그는 막판에 발길을 돌려 이회창을 선택했다.

그 이유를 심 후보는 "한나라당의 오만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출마 결심을 하기 전부터 `정권교체'라는 대의, `보수'라는 정체성을 들어 한나라당과의 연대에 미련을 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가 출마를 결행했던 데는 `국민중심당의 철학과 비전을 국민에게 직접 알려야 겠다'는 명목상의 이유외에도, 내면적으로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대선출마 선언이 있던 날인 지난 9월 12일 이명박 후보가 경선 이후 첫 지방나들이로 대전.충남 지역을 방문하면서 그는 단단히 화가 났다고 한다.

당시 심 후보는 사적인 자리에서 "정치든 인간이든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것 아니냐. 지역 연고를 갖고 있는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는데 그날 그 지방을 방문하는 것은 해도 심한 것 아니냐"고 말했었다.

그의 노여움은 선거운동 기간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 비판과 이회창 후보 출마선언 당시 그에게 `보수 4자연대' 제안을 하는 것으로 표면화 됐다.

최근 한나라당과의 단일화 협상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요구조건에 대해 한나라당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마치 `구걸온 거지를 맞듯이'(국중당 한 관계자) 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국민중심당 내부에 불만이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방호 사무총장이 2일 기자들과 만나 국중당을 `구멍가게'에 비유하면서 `단일화를 해 봐야 크게 도움이 될 것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심 후보를 크게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한나라당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국중당의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이 만나 차기 총선 지분 문제 등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중인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 후보는 이방호 사무총장을 질책했고, 이 총장은 국중당 류근찬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발언이 와전됐다"며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된 이후였다.

류 의원을 비롯한 당내 강경파들이 `협상중단'과 이회창 후보로의 단일화를 강력히 촉구했고, 결국 3일 오전 두 사람은 회동과 함께 곧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단일화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방호 총장의 발언은 협상에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국중당에 발을 빼는 빌미를 제공한 것일 뿐 실질적인 이유는 차기 총선공천권과 관련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좁혀지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중당 쪽에서 차기 총선 공천과 관련해 현역의원 뿐 아니라 대전.충남의 상당수 공천권을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 후보의 취약지인 충청권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당위도 크지만, 국중당을 안고 가기에는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컸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그 동안 그들(이명박 후보측)의 오만과 독선을 계속 지켜봐왔다.

오만한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돼서는 어렵다고 보며, 된 적도 없다"고 마지막 선을 그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