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부동산 실명제 도입 10여년 지났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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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친인척 명의로 개설해 14개 차명(借名)계좌에 관리해오던 20억원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 노태우 비자금인 것으로 드러나 전액 국고에 환수됐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도 자녀 명의의 차명 통장으로 5억원을 예금한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투기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금융실명제가 벌써 14년,부동산실명제는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명 보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차명 자산에 대해 명의자보다는 실제 소유주의 재산권을 인정해주는 판결을 끊임없이 내리는 법원이 차명 보유를 '조장(助長)'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법원은 지금까지 남의 이름으로 예금하거나 부동산 등기를 했던 사람들이 명의자를 상대로 제기한 예금 반환이나 부동산 등기 이전 소송에서 전적으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명목상 소유자(명의자)보다는 실제 소유주(차명 보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부동산의 경우 200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조희대 부장판사) 등 하급심에서 부동산 차명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일부 내리고 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지난해 11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올케 이름으로 아파트를 샀다가 올케가 소유권을 넘기지 않자 소송을 낸 정모씨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던 원심을 기각했다.
"명의신탁(名義信託.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한 행위)이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명의신탁자에 대해 행정적 제재나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실명제법은 명의신탁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선량한 사회풍속'으로 칭송하는 셈이다.
변현철 대법원 공보관은 "종중(宗中) 재산을 종손 명의로 등기하는 등 과거부터 부동산 차명 보유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는데 법이 시행됐다고 바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법원은 행정적 제재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재판 과정에서 부동산 차명 보유로 판정난 4명의 명단을 국세청 등에 통보해 과징금을 물리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통보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대부분 판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탈법 행위를 발견해도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국세청이 매긴 과징금에 반발해 차명 보유자들이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그나마 법원이 선택한 '제재 수단'이다.
금융실명제의 경우는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규정 자체가 없으며 차명 보유를 하더라도 행정적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통장을 개설할 때 개설자 본인의 실명을 확인하지 않는 금융기관 직원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뿐 차명으로 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투기나 탈세를 막고 차명 보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을 인정해주지 않는 판결을 법원이 내리거나 아예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준형 중앙대 법대 교수는 "투기나 탈세를 방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으므로 '명의신탁 약정은 사적인 효력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나 법조항을 명확히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도 자녀 명의의 차명 통장으로 5억원을 예금한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투기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금융실명제가 벌써 14년,부동산실명제는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명 보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차명 자산에 대해 명의자보다는 실제 소유주의 재산권을 인정해주는 판결을 끊임없이 내리는 법원이 차명 보유를 '조장(助長)'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법원은 지금까지 남의 이름으로 예금하거나 부동산 등기를 했던 사람들이 명의자를 상대로 제기한 예금 반환이나 부동산 등기 이전 소송에서 전적으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명목상 소유자(명의자)보다는 실제 소유주(차명 보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부동산의 경우 200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조희대 부장판사) 등 하급심에서 부동산 차명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일부 내리고 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지난해 11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올케 이름으로 아파트를 샀다가 올케가 소유권을 넘기지 않자 소송을 낸 정모씨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던 원심을 기각했다.
"명의신탁(名義信託.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한 행위)이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명의신탁자에 대해 행정적 제재나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실명제법은 명의신탁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선량한 사회풍속'으로 칭송하는 셈이다.
변현철 대법원 공보관은 "종중(宗中) 재산을 종손 명의로 등기하는 등 과거부터 부동산 차명 보유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는데 법이 시행됐다고 바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법원은 행정적 제재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재판 과정에서 부동산 차명 보유로 판정난 4명의 명단을 국세청 등에 통보해 과징금을 물리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통보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대부분 판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탈법 행위를 발견해도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국세청이 매긴 과징금에 반발해 차명 보유자들이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그나마 법원이 선택한 '제재 수단'이다.
금융실명제의 경우는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규정 자체가 없으며 차명 보유를 하더라도 행정적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통장을 개설할 때 개설자 본인의 실명을 확인하지 않는 금융기관 직원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뿐 차명으로 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투기나 탈세를 막고 차명 보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을 인정해주지 않는 판결을 법원이 내리거나 아예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준형 중앙대 법대 교수는 "투기나 탈세를 방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으므로 '명의신탁 약정은 사적인 효력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나 법조항을 명확히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