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간 시장 규모만 150만대로 데스크톱 300만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젠 집에서도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을 쓰는 사람이 많다.
이동성이 좋은 데다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구매 부담도 줄었다.
노트북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5년 하노버 메세 전시회 때다.
아쓰토시 니시다 등으로 구성된 도시바의 '브라이터 브루(Brighter Blue)' 프로젝트팀은 1983년 이동이 용이한 컴퓨터라는 개념으로 노트북을 처음 제안했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에 자신이 없었던 도시바 이사진은 노트북 개발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연말까지 1만대를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프로젝트를 허락한 후에도 커다란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
니시다는 자신의 해외영업 및 마케팅 예산을 줄여 노트북 개발 자금을 마련했다.
또 다른 난관은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했다.
노트북 크기를 줄이기 위해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채택했지만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었다.
니시다는 로터스 등 대표적 소프트웨어를 직접 방문하며 지원을 얻어냈다.
2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첫 번째 노트북이 도시바의 'T1100'이다.
1985년 4월 독일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미국에서도 판매를 개시했다.
당시 가격으로 무려 4000달러를 호가했다.
국내 첫 노트북은 삼성전자가 1989년 생산한 알라딘 노트다.
도시바 등의 노트북은 높은 관세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노트북 대중화의 계기는 1995년 삼성이 '센스'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면서부터다.
노트북이 등장한 지 22년이 지난 만큼 성능도 상상 이상으로 발전했다.
첫 노트북인 도시바의 'T1100'은 사실 오늘날의 노트북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낮은 부품으로 구성됐다.
CPU 속도는 4.77메가헤르츠(MHz)에 불과한 인텔 16비트 80C88 프로세서였다.
메모리 용량은 256킬로바이트(KB),모뎀 속도도 300비트(bps)에 불과했다.
화면만 클 뿐 성능만으로는 요즘 휴대폰에도 못 미친다.
노트북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10년 전 출시된 삼성 '센스 500'은 인텔 펜티엄 150㎒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반면 최근 출시된 '센스 NT-Q45A/W220'은 인텔 코어2 듀오 2.0GHz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노트북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의 속도만으로는 13배 증가했다.
게다가 이제는 듀얼코어를 사용하니 성능은 최대 26배까지 높일 수 있다.
저장 공간인 하드디스크도 센스500은 DVD 두 장에도 못 미치는 8.4기가바이트(GB)였으나 '센스 NT-Q45A/W220'은 160GB를 사용한다.
10년 전 노트북에는 56킬로비트(Kbps) 모뎀이 가장 빠른 통신 수단이라면 지금은 100메가비트(Mbps) 무선랜을 즐길 수 있다.
저장장치는 19배,통신은 2000배가량 발전했다.
인텔이 최근 내놓은 터보메모리 기술까지 적용하면 몇 분 걸리던 노트북 부팅 시간도 수십 초로 단축할 수 있다.
노트북의 성능은 이제 데스크톱에서 하던 웬만한 작업을 모두 수용할 만큼 발전했다.
앞으로 기대되는 변화는 휴대성의 강화다.
인텔이 최근 45나노 프로세서를 생산하면서 프로세서의 집적도와 전력 소모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
손바닥 크기만한 울트라모바일PC(UMPC)가 얼마나 더 작아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터치 스크린이 발전하면서 입력장치를 최소화시키고 있는 것도 노트북 소형화를 진전시킬 요소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CPU 집적도,전력소모,발열량 등을 최소화시키면서 수년 내에 휴대폰처럼 언제나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이 대중화 될 것"이라며 "미래에는 뇌파나 마인드 컨트롤 같은 지능적 기능을 가진 노트북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